[포토]LG 채은성, 너만 믿는다.
LG 채은성이 1일 잠실 넥센전 타석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실패 덕분에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LG 채은성(28)이 2년 만에 풀타임 3할 타자 재등극을 정조준하고 있다. 타격 성적이 일취월장해 지난 2016년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9개)를 일찌감치 돌파(20일 현재 12개)했다.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았지만 채은성의 타격감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복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의 실패를 통해 슬럼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었고 금세 다시 일어났다.

개막 첫 7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182로 빈타에 허덕이던 채은성은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56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5월에는 자신의 월간 최다 홈런(6개)을 경신하며 타율 0.358를 기록해 LG의 중심타자로 당당히 자리를 굳혔다. 한 번 감을 찾은 방망이는 6월에도 식지 않고 있다. LG가 2위 경쟁까지 팀 성적을 끌어 올린 배경에는 박용택, 김현수를 든든히 받친 채은성의 활약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

[포토] 채은성 \'비디오 판독해 주세요\'
2018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LG 채은성이 4회말 2사 좌중간 3루타를 친 후 홈으로 파고들었지만 아웃되었다. 채은성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2009년 육성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채은성은 군복무(의장대)를 마치고 돌아온 2014년 62경기에 출장하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했지만 워낙 성실한데다 체격조건이 좋아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6년 128경기에 출전해 0.313를 기록하며 3할 타자 대열에 합류해 자리를 잡는듯 했지만 지난해 0.267로 타율이 떨어져 114경기 출장에 그쳤다. 올해 스윙궤도를 더욱 간결하게 바꿔 무서운 중심타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채은성은 “지난해 슬럼프가 왔을 때 바보처럼 대처했다. 그 실패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투구나 타격 모두 하체가 중심이다. 팔로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기 때문에 하체가 얼마나 중요하겠느냐고 반론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손 끝과 배트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견고한 하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공을 앞으로 보내려면 체중이 이동이 가장 중요하다. 하체의 움직임에서 밸런스와 타이밍이 모두 나온다. 채은성은 “지난해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는 하체에 신경을 전혀 안썼다. 근간을 흔들어버리니 모든게 무너졌다. 지나고 생각하니 정말 멍청했다”고 자책했다.

[포토]노랗게 물드는 잠실벌~
LG 채은성이 1일 잠실 LG전 8회 2사 1루 상황에서 안타 치고 1루를 밟았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올해도 슬럼프가 소리없이 찾아왔지만 지난해 경험이 있어 ‘하체만큼은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한 것에서 바꾸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는 “지금도 타석에 설 때마다 배트 위치나 손 모양은 거의 매일 변하는 것 같다. 그래도 하체로 리드해 타이밍을 잡고 체중 이동을 느끼는 기본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준비한 것을 믿고 시즌 끝까지 유지하자고 생각했더니 슬럼프도 짧고 좋은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글러브나 타이틀홀더 등 거창한 목표보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올해 유일한 목표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우쭐해지거나 위축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의장대 시절 자면서도 총을 돌렸을 정도로 노력파인 채은성이 부단한 노력과 자기 신념으로 ‘LG의 자존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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