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뜨거운 감자’다. KBO리그 정상급 타자 강백호(25·KT)와 ‘열애설’(10월8일자 스포츠서울 1면 참조)에 이어 미국 무대 도전이 알려지면서 시끌벅적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흥행 보증수표 윤이나(21·하이트진로) 얘기다.
2024시즌은 ‘윤이나 복귀’로 시작해 ‘미국행’으로 장식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이슈메이커’다.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윤이나는 올시즌 21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 우승에 그쳤지만, 상금랭킹 1위(11억 3610만4286원)에 오르는 등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드라이버 평균비거리 3위(253.4야드) 그린적중률 2위(78.5%) 평균타수 1위(70.04타) 등 장타력과 정확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엄청난 팬덤을 보유한 ‘KLPGA투어의 보물’로도 불린다.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겸비했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윤이나의 거침없는 행보는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한다.
핵심은 정서적 결핍이다. 프로 선수여서 할 수 있는 행보이지만, 지금의 윤이나를 만들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작은 ‘오구 플레이’.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볼이 아닌 볼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대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오구 플레이를 신고해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부러’ 숨기려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대한골프협회와 KLPGA에서 3년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지만, 매니지먼트사와 팬들의 적극적인 청원으로 징계절반을 경감 받고 올 4월 필드로 돌아왔다. 복귀 후 거의 매 대회 톱 랭커에 이름을 올렸으니 과오는 자연스럽게 묻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도전을 선언했다. 이미 퀄리파잉시리즈(QS)에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KLPGA 투어 흥행을 기대하며 윤이나 징계 감면 복귀에 힘을 쏟은 이들에겐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다. 미국행을 놓고 날선 비난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만난 윤이나는 퀄리파잉 시리즈에 참가 신청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청했다”고 답했다.
LPGA 투어는 세계랭킹 기준으로 QS 예선 면제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75위 내에 들면 예선 없이 곧바로 최종전에 나갈 수 있고, 76위부터는 순위에 따라 1차와 2차 예선을 거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QS 출전 마감 시한인 8일까지 세계랭킹 75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윤이나는 세계랭킹 32위다. 4월 징계 해제 후 복귀할 당시 422위였지만 6개월 만에 390계단을 끌어올려 QS 최종예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쟁력 있는 프로라면 더 큰 무대에 하루 빨리 진출해 ‘대한민국 여자 골프 위상 높이기’에 일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복귀 6개월 만에 미국 진출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는 시각이 다수다. 감면 받은 1년 6개월 동안은 KLPGA 투어에서 뛰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크다.
더구나 올해는 징계감면을 위해 발벗고 나선 매니지먼트사, 묵묵히 기다려준 후원사 등과 계약기간이 끝난다. 매니지먼트사는 교체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계는 이른바 템퍼링 규정이 없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아직 자숙 중이어야 할 선수를 구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 여러 관계자들의 노력을 떠올리면, 썩 보기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기껏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란 격이라는 눈총도 있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실력과 팬심으로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만한 선수라는 점이다.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KLPGA 투어 ‘아이콘’ 앞에 하필 ‘배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윤이나는 복귀 직후 “평생 사죄하며 성적보다는 한국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눈물 흘렸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