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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소니 스토어.  이선율 기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한국 시장은 소니의 핵심 전략 지역으로,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프리미엄 가치를 추구하는 한국시장을 적극 공략해 인지도를 더욱 넓히겠다”

지난해 4월 새로 취임한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대표가 그해 6월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신제품을 내놓으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소니의 행보를 보면 성공에만 집중할 뿐 위기 대응에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소니는 자사 주력 프리미엄 제품인 카메라와 헤드셋 등에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헤드셋 불량 문제에 이어 올해는 카메라 렌즈 불량 문제까지 고가 제품에서 불량이 잇따라 발견됐는데, 이에 대한 원인을 모두 사용자 탓으로만 돌려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소니가 두각을 보이는 분야는 카메라와 오디오·헤드셋이다. 특히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들은 꾸준히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카메라는 미러리스 시장에서 2011년부터 1위에 올랐고, 최근에는 고가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를 늘리고 있다. 헤드폰 시장에서도 22%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안정적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분야의 고가 제품에서 문제가 나타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카메라에서는 소니의 35㎜ 미러리스 카메라 a시리즈에 특화된 고성능 렌즈군인 ‘G마스터’ 표줌 줌렌즈 FE 24~70㎜ F2.8 GM 일부 제품에서 불량 이슈가 터져 나왔다. 렌즈 가격만 무려 279만대다. 해당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은 24~70 GM 렌즈에서 흰색의 비네팅(마운트부가 사진 테두리에 함께 찍히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주로 역광촬영을 할 때 문제가 발견됐지만 역광촬영을 하지 않아도 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용자도 상당수 있었다.

이에 대해 소니 측은 설계 결함보다는 사용자들의 카메라 설정에 따른 문제로 결론내렸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비네팅이 아닌 일반적인 플레어(빛이 렌즈에 들어올 때 생기는 원형 빛 그림자)의 일종”이라며 “플레어는 촬영환경이나 카메라 설정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해당 현상은 역광 촬영을 했을 경우 강한 빛이 발생해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역광 등 강한 빛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사용을 피하고 조리개를 개방하기보다는 구격을 좁혀서 이 현상을 줄이면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더욱이 이 제품은 AS 무상 보증 기간(2년)을 훌쩍 넘긴 구형인 데다 회사가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결론 내리면서 수리는 개인이 유상으로 수리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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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노이즈캔슬링 무선 헤드폰 ‘WH-1000XM3’.

헤드셋에서도 지난해 겨울부터 문제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9월 출시한 노이즈캔슬링 무선 헤드셋 ‘WH-1000XM3’가 추운 날씨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앞서 1세대, 2세대 제품인 MDR-1000X, MDR-1000XM2에서도 터치 오작동 등 비슷한 문제가 일부에서 발생한 바 있다.

‘WH-1000XM3’는 출고가가 5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30만원 이상의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70%(금액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헤드셋을 구매해 사용한 일부 사용자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해당 제품을 사용하다가 헤드폰 터치 센서가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하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러한 제보가 이어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센서 냉각에 의한 설계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니 측에서는 “전원을 재부팅하면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면서 극한 환경에서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제안했다. 다행인 점은 이 제품은 출시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겨울 급격한 변화가 있는 환경에서 터치 센서가 오작동하는 문제가 일부 발견됐는데, 당시 관련 사례를 파악해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와 비슷한 현상이나 불편함이 생기면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전문가들이 실제 문제가 있는지 무상으로 점검을 해주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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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엑스페리아 제품이 진열된 모습. 이선율 기자.

비주력 제품이지만 일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도 품질 문제 논란이 발생했다.

앞서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소니는 당시 주력제품인 엑스페리아 시리즈의 부실한 방수 성능으로 불량이 발생했다는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구매자들이 허위 과장 광고에 침수피해까지 입게 됐다며 불만이 커진 것이다. 당시 소니는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의 IPx8 방수 능력을 마케팅하기 위해 엑스페리아를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에서 표현했다. 하지만 소니가 정작 기기를 수중에서 사용할 경우 무상 보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결국 이듬해인 2016년 1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이 해외로까지 번지며 약 1년 6개월 간의 긴 싸움 끝에 결국 양측이 조건부 50% 환불과 보증 기간 연장으로 합의하며 마무리됐다.

지난해 선보인 엑스페리아 XZ3에서도 디스플레이 화면에 핑크색 세로줄이 나타났다는 제보, 틈새가 벌어지는 유격 현상, 이어폰 단자 불량 등 문제가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 퀄리아 브랜드 때까지만 해도 소니는 ‘디자인’과 ‘기술’을 두루 갖췄는데 이제는 무상수리 기간이 지나면 고장난다는 ‘소니 타이머’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며 “문제가 불거진 헤드폰도, 카메라 렌즈도 모두 고가 제품인 만큼 문제 없다는 태도보다 한시 바삐 완벽하게 수리해줘 소비자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