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제가 소띠예요. 소처럼 성실하고 묵묵히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신예 홍승희(23)가 KBS2 월화극 ‘너의 노래를 들려줘’(이하 너노들)을 마치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최근 종영한 ‘너노들’은 살인사건이 있었던 ‘그날’의 기억을 전부 잃은 팀파니스트가 수상한 음치남을 만나 잃어버린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로코. 극에서 홍승희는 성실하고 착하지만 이리저리 치이는 오케스트라 기획실 대리 ‘양수정’ 역을 맡았다. 극 후반부에서 수정이 오케스트라 익명게시판에서 단원들의 비밀을 폭로하는 ‘유다’ 였음이 뒤늦게 밝혀지며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는 홍승희는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같이 긴호흡으로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자신이 연기한 양수정이란 캐릭터에 대해 “대본에서 캐릭터가 확고하게 보이더라. 주눅 들고, 이리저리 치이고 눈치 보고. 이걸 살려야겠다 생각했다”는 홍승희는 “수정이가 유다라는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저는 숨긴다고 숨겼는데, 나중에 보니 다 알고 계시더라”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극중 많은 비중은 아니었지만 양수정이란 인물의 양면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홍승희는 “수정이가 이중인격은 아니지만, 앞에서는 소심하고 익명성을 갖게 됐을 땐 유다와 같은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다 보니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고민이었다”며 “사실 수정이같은 인물이 실제로도 많지 않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악플 다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또래 배우인 김세정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홍승희는 “세정이랑 실제로 나이가 한살 차이다. 현장에서 늘 에너지가 밝고 기분 좋게 해주는게 있다. 촬영이 늦어지거나 대기가 길어지면 지칠만도 한데 늘 환하게 웃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줬다”고 미담을 전했다. 그러면서 “종방연 때 선배들이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전 너무 좋았다. 이 길을 걸으며 직접 경험하며 느끼신 것들을 말씀해 주시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제 나이대인 20대 초반이 배우들에게는 가장 경쟁이 치열할 때라며, 바쁘게 열심히 가리지 말고 해야한다는 조언이 특히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아직 신인인 홍승희에게 촬영 현장은 늘 긴장되는 순간이자 배움의 장이다. “현장은 항상 떨리는 거 같다”고 운을 뗀 홍승희는 “현장을 갈 때마다 뭔가를 배운다. 다른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럴 땐 이렇게 하는구나’ ‘이렇게 대처하시는구나’ 느끼고, 제가 부족했던 점은 다음엔 개선하고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하면 재미있긴 한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 마냥 재미만 있진 않은거 같다. 저도 모르게 욕심이 생긴다. 그에 비해 아직 부족하니 괴롭기도 하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인인 만큼 시청자들의 평가와 댓글도 중요하게 작용할 터. 평소에 댓글을 보는 편이냐고 묻자 “댓글을 찾아보진 않고, 드라마가 방영 될 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응들은 보는 편이다”며 “감정의 기복이 있는 편이라, 악플을 보고 기분이 안 좋더라도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다. 마음에 담아두거나 되뇌이면 저 자신을 갉아먹는 것밖에 안되니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묵묵히 제 갈길을 가고 싶다”고 소신을 전했다.

2018년부터 KBS2 ‘땐뽀걸즈’로 데뷔한 홍승희는 OCN 드라마 ‘보이스3’를 비롯해 웹드라마 ‘오후의 로맨틱 라디오’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너노들’을 친 홍승희는 TV조선 ‘레버리지: 사기조작단’과 영화 ‘담보’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기’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게 없던 홍승희에게 처음으로 생긴 꿈이었다. “꿈이 없어서 울기도 했다. 진로희망을 적으라고 종이를 주면 적을게 없어서 슬펐다”는 홍승희는 “그러던 중 18살에 우연히 연기학원 수업 청강을 듣고 무작정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처음이었다”고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입시를 시작해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현재 몸담고 있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홍승희. 그는 “기회는 예상치 못할 때 오는 거 같다. 모든게 감사하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 길일 수 있으니,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앞으로도 제 길을 열심히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홍승희는 “아직 작품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딱 하나 정하진 않고, 저와 어울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제 인생드라마는 MBC‘커피프린스’와 KBS2 ‘연애의 발견’이다. 여름마다 재탕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드라마 주연 욕심은 없냐는 말엔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지 않나. 될지 안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주연이라는 목표를 바라보고 간다면 배우로서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롤모델로는 같은 소속사 선배인 배우 문소리를 꼽았다. 그는 “JTBC ‘라이프’에서 연기를 정말 인상적으로 봤다. 그 카리스마와 딕션, 발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모든게 완벽하고 멋진 분 같다. 저도 그런 선배님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배우로서 ‘역시 잘하네’란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믿고 보는 배우’ 단계까진 아니고, 못한다는 소리만 안 들었으면 좋겠다”며 “제가 소띠다. 올해도 내년에도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게 제 소원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