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한국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미국 셰일가스 프로젝트에 유·가스전 광권을 담보로 2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대출해줬으나 담보인 광권의 가치가 폭락해 전액 손실처리된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은이 대출을 결정했던 2015년, 2억1700만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의 사실상 개인소유 회사인 에이티넘 에너지에 승인한 의혹이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민주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개발 실패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2015년 8월 미국 유·가스전 개발 ‘에이티넘에너지’ 에 2억1700만달러(약 2600억원)를 대출해줬다.

그러나 해당 광권의 가치는 불과 1년 만에 5분의 1 이하로 폭락했고, 결국 지난 9월 30일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은이 대출을 결정했던 2015년 8월 당시 국제유가는 뚜렷한 하락국면이었고,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던 시기임에도, 수출입은행은 ‘우리 기업의 조달비용 절감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대출을 승인했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또한, 셰일가스 유전개발 사업은 기술 발전이 매우 빠르고, 그 수익성과 대출시 제공한 담보(광권)의 가치가 국제유가 추이 등 대외환경에 따라 급격히 변동될 수 있는 사업 분야다. 수은이 투자리스크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에 단 한 번의 미국 현지시찰을 통해 2700억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고 이례적이라고 금융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아울러 수은이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국내 유수 대기업이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모회사의 보증을 요구받는데, 그러한 절차조차 생략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사실상 개인 소유 기업의 해외자원 프로젝트에 대출을 승인하면서 실소유주 보증조차 받지 않았다는 것은 특혜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면서 “특히 해당기업의 소유주인 이민주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개발 실패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민주 회장 소유의 투자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는 2011년 미국의 석유·가스 탐사업체 ‘샌드리지에너지’ 가 보유한 미시시피 라임 지역의 셰일가스 광업 개발권 지분 13.4%를 5억 달러(약 5310억원)에 매입했으나,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폭락으로 주가가 급락했고 2016년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해당 사업에 우정사업본부가 약 145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해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으며, 당시 무역보험공사가 투자금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했다. 결과적으로 약 15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액을 우정사업본부와 무역보험공사가 나눠서 부담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 회장의 사업운영 방식과 이례적인 대출 승인 등 제반상황을 종합해 볼 때, 수출입은행의 대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은 김정우 의원실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규정상 제약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특히, 수은에서 대출에 관한 최종결정권을 갖는 확대여신회의에서도 어떤 문제제기도 없이 형식적 논의에 그쳤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수출입은행의 대출 관련 시스템 전반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유가는 하락국면이었고 에너지기업들은 부도의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출입은행의 대출은 결코 합리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대출을 받은 사업자의 전력과 과거 정부들과의 인연 등을 종합했을 때, 대출 결정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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