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구보
에이바르전 승리 직후 승리의 자축하고 있는 기성용(왼쪽)과 구보. 출처 | 마요르카 SNS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데뷔전을 치른 자체에 의미가 컸다. 스페인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기성용(31·마요르카)이 한국인으로 7번째로 프리메라리가 데뷔에 성공했다.

기성용은 지난 7일(한국시간) 스페인 에이바르의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이푸루아에서 열린 에이바르와의 2019~2020시즌 스페인 라리가 2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입단 후 처음으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후반 36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라리가 데뷔전을 소화했다.

기성용은 한국 선수로는 일곱번째로 라리가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됐다. 이전에는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누만시아),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 등이 라리가에서 활약했다.

10분여 정도 경기에 참여한 기성용은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킬 수 있는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특히 후반 40분 왼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에 키커로 나서면서 마요르카 코칭스태프도 기성용의 장점을 잘 알고 있음을 알렸다. 또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역습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상대 진영으로 침투하면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요르카 승리 샷
에이바르전 승리 직후 라커룸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마요르카 선수단. 출처 | 마요르카SNS

기성용은 이 날 경기 흐름에 따라 데뷔전이 또 한번 불발될뻔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했던 마요르카는 전반 다니 로드리게스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33분 구보 다케후사의 추가골로 2점차 리드를 잡으면서 승리를 굳히는 카드가 필요했다. 결국 공격수 구보를 대신해 미드필더 기성용을 투입하면서 남은 시간 지키는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에게 추격골을 내주긴했지만 그래도 승리를 지키면서 비센테 모레노 감독의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마요르카를 이끌고 있는 모레노 감독은 경기 직후 “3-0의 스코어를 원했다면 기성용을 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기용했다. 기성용은 경험이 많은 선수다. 최고의 폼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부분은 경험으로 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뷔전을 소화한 기성용이 팀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컨디션을 더 끌어올리고, 팀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승리를 통해 18위 마요르카(승점 25)는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잔류권은 17위 셀타 비고(승점 26)와 16위 에이바르(승점 27)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기성용이 데뷔전에서 팀 승리를 지켜내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앞으로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위해 어느 정도 팀 전력에 보탬이 될지는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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