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윌리엄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조계현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팀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지난하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국가대표 선수들을 쓸어 모아도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다. 팀을 재건해야 한다면 훨씬 더 많은 인내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현장과 프런트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가려면 지향점이 같아야 한다. 테마로 부를 수도, 매뉴얼로 부를 수도 있는 팀 운영 철학은 현장과 프런트 구분 없이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로 함께 만들어야 한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의 운영 철학은 그래서 눈길이 모인다.

윌리엄스 감독은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우리의 방향성은 과감함”이라고 밝혔다. 정확하게는 ‘끈질김’을 의미하는 relentless라고 말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끈질김’이나 ‘수그러들지 않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설명은 이와 조금 달랐다.

[포토] KIA 박찬호,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27일 광주 kt 전에서 타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그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 KIA는 승패를 떠나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선수는 경기에서 이기고 싶어 한다. 어떤 투수든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하고,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맹목적인 스트라이크와 강한 스윙이 반드시 팀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윌리엄스 감독이 “승리를 향한 과정에서의 과감함”을 이른바 ‘KIA 웨이(Way)’로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던져 스윙을 유도하거나, 약한 타구를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는 등의 팀 플레이가 때로는 160㎞짜리 강속구보다 더 중요하다.

항상 100%의 힘으로 홈런을 노리는 건 타자의 본능이지만, 한 점을 빼앗기 위해 의도적으로 땅볼 타구를 만들거나 적당한 외야 플라이를 치는 건 기술이다. 본능보다 기술에 충실하는 게 팀을 위해서는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 윌리엄스 감독은 “그래서 비시즌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올해 우리 선수들 중 대부분은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각자 좋았던 것도 있었겠지만, 보완해야 할 게 무엇인지 명확히 느낀 한 해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풀타임 유격수로 시즌을 치른 박찬호는 체력저하뿐만 아니라 타석에서의 어프로치도 상황에 따라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풀타임 좌익수로 뛴 나지완도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포토] KIA 김기훈,
KIA 타이거즈 김기훈이 27일 광주 kt 전에서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윌리엄스 감독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포함한 비시즌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1군 주축은 체력훈련을 기본으로 한 회복 훈련으로 가을캠프를 치르겠지만,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감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구단의 매뉴얼대로 훈련을 하겠지만, 팀내 경쟁력이 강화되려면 각자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IA 조계현 단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진짜 호랑이처럼 먹잇감을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끈질긴 팀이 KIA의 지향점이다. 윌리엄스 감독의 팀 운영철학인 relentless도 같은 의미다. 구단과 현장이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면 이는 팀 운영 매뉴얼로 정립될 수 있다. 제리 로이스터의 ‘노 피어’나 선동열의 ‘지키는 야구’ 김성근의 ‘지지 않는 야구’ 등 팀 색깔을 뚜렷이 드러나려면 밑그림부터 채색 과정을 섬세하게 거쳐야 한다. KIA는 이제 그 첫 발을 내디딘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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