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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가 16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5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그린 재킷은 놓쳤지만 이정표는 세웠다. ‘아기곰’ 임성재(22·CJ대한통운)가 아시아 남자 골프 역사를 썼다.

임성재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열린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마스터스 최저타 신기록인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고, 임성재가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와 함께 그 뒤에 올랐다. 준우승 상금만 101만 2000달러(약 11억 2000만원)에 달한다. 마스터스 준우승은 아시아 남자 골퍼 중 최고 성적이다. 2004년 최경주가 3위에 올라 갖고 있던 아시아 최고성적을 16년 만에 경신했다.

자신도 놀랄만 한 성적을 거둔 임성재는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했기 때문에 목표는 예선 통과였다. 1, 2라운드를 상위권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공동 2위로 마무리했다. 오늘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존슨은 드라이버를 멀리 똑바로 치고 세컨드 샷도 항상 숏 아이언처럼 다룬다. 골프를 쉽게 치는 것 같은, 너무 압도적인 상대”라고 예우했다.

USA GOLF THE MASTERS 2020
임성재가 선두 더스틴 존슨에 1타 차로 따라 붙은 6번홀에서 1.2m짜리 파 퍼트를 놓친 뒤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 | EPA연합뉴스

존슨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임성재는 한국선수 최초로 챔피언조로 경기에 임했다. 임성재가 2, 3번홀에서 연속버디를 낚아 기세를 올리자 존슨이 4, 5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 1타 차로 좁혀졌다. 메이저대회에서 1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서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존슨의 징크스가 재현되는 듯 했다.

그러나 6번홀(파3)이 결과적으로는 승부처가 됐다. 임성재는 1.2m짜리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적었고, 존슨이 버디를 낚아 3타 차로 다시 벌어졌다. 임성재가 7번홀에서 세컨드샷을 벙커에 빠뜨려 또 한 번 보기를 범해 사실상 역전 우승 꿈이 좌절됐다. 임성재는 “어프로치 샷을 잘해서 홀컵에 가까이 붙였는데, 긴장을 했는지 원하던 스트로크가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7번홀에서는 108m 남은 상황에서 바람이 생각보다 강해 공이 너무 멀리가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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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은 20언더파 268타로 마스터스 역사상 최저타 신기록을 경신하며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했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 | AP연합뉴스

그린재킷은 입지 못했지만,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에서 챔피언조로 최종라운드를 치른 것만으로도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아시아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왕에 올라 화려하게 데뷔한 임성재가 마스터스 준우승까지 따내 세계적인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첫 날 악천후로 2라운드에 앞서 10홀을 더 소화하는 등 컨디션 유지가 어려웠을텐데 임성재는 “퍼트가 잘 따라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어프로치 샷도 원했던 만큼 잘됐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존슨은 20언더파 268타로 타이거 우즈(1997년) 조던 스피스(2015년)가 세운 18언더파 270타 기록을 경신했다. PGA투어 통산 24승째이자 2016년 6월 US오픈 이후 4년 5개월 만의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