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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겨울 이적시장 ‘화제의 남자’ 한국영(32)의 선택은 강원FC와의 재계약이었다.
강원은 22일 한국영과의 4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올해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한국영은 2024년까지 강원에서 뛰게 됐다. 나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 종신 계약이다. 한국영은 겨울 내내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K리그에선 제주 유나이티드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거액의 이적료와 더 많은 연봉도 제시했다. 기타 구단에서도 관심을 보인 가운데 카타르, 일본에서도 영입을 타진했다.
강원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한국영의 이적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연봉를 올려 장기재계약을 제시했다. 연봉은 다른 팀에서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한국영은 강원의 구애를 외면하지 않았다. 재계약 발표 직후 한국영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영표 대표이사님께서 미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셨다. 강원의 레전드로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주셨다. 앞으로 강원이 발전해야 하는데 꼭 제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함께 성장하자고 하셨다”라면서 “사실 연봉이 오르면 좋다. 큰 돈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먹고 살 만큼의 돈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강원에서 충분히 행복하다. 돈을 뒤로 미루면 그 다음 순위는 강원과의 재계약이었다”라는 재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영에게 강원은 고마운 팀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지만 1년을 기다려줬다. 선수 입장에선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한국영은 “이적을 하더라도 강원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관계가 중요했다. 떠나더라도 합당한 것을 남겨놓고 떠나고 싶었다. 강원과 먼저 협상하겠다고 에이전트에게도 이야기했다. 본인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스포츠계에서도 로맨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원과의 로맨스를 생각했다. 연장계약 말고는 다른 답이 없었다”라면서 강원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사실 2017년 강원에 왔을 땐 단기 계약을 맺었는데 사람 일은 진짜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강원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길어졌다”라며 웃었다.
사실 정조국 제주 코치는 비시즌 자주 한국영에게 직접 연락해 영입을 제안했다. 남기일 감독은 한국영을 영입 1순위로 올려놓고 애타게 기다렸다. 한국영은 “제주에는 감사하면서도 죄송하기도 하다. 조국이형한테도 죄송하다고 전화를 드렸다. 그래도 형이 이해한다고 하셨다.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면 서운했을 텐데 재계약은 인정한다고 하시더라”라며 정 코치와 제주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한국영과의 재계약은 누구보다 김병수 감독이 원했던 결과다. 김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한국영의 거취를 내심 걱정하며 재계약을 바랐다. 한국영은 “감독님은 사실 표현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가끔씩 툭툭 던지시기만 했다. ‘어딜 가려고 하냐’면서 지나가는 말만 하셨다. 그것도 감독님에게는 엄청난 표현인 것을 안다”라며 웃은 후 “재계약을 하고서도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제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상 밖으로 강릉 생활이 길어졌다. 지난해 말 결혼한 한국영에게 강릉은 가장 오래 뛴 팀, 도시가 된다. 한국영은 “2018년에 강릉에 집을 샀다 지난해에 팔았는데 후회된다. 다시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라면서 “와이프도 강릉을 좋아한다. 살기 좋다고 하더라.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라고 옆에서 힘을 줬다”라고 이야기했다.
재계약을 마친 한국영은 가벼운 마음으로 새 시즌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영은 “사실 계약 문제로 인해 마음이 무거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올해 당장 필요하다고 하면 저는 재계약 이야기가 안 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재계약을 하니 실감이 난다. 지난해는 아쉬운 시즌이었다. 올해에는 조금 더 모든 선수들 더 보여줘야 한다. 저부터 최선을 다해 강원이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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