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부 감독상’ 수상자가 차기 시즌 2부 팀 지휘봉을 잡는다. 올해 시도민구단 강원FC의 ‘준우승 신화’를 이끈 윤정환(51) 감독이다.
21일 K리그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를 끝으로 강원을 떠난 윤 감독은 차기 시즌 2부로 강등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사령탑으로 낙점받았다. 윤 감독은 22일 인천 구단과 최종적으로 계약 절차를 마무리한다.
인천은 윤 감독과 계약 관련 세부 사항을 정리한 뒤 이르게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말을 맞이하기 전 구단 모 관계자로부터 윤 감독이 부임하리라는 얘기를 미리 접한 이들이 많았다.
윤 감독의 인천행을 그야말로 반전이다. 올해 ‘강원 동화’로 불릴 만큼 강원을 K리그 시도민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막바지까지 우승 경쟁하는 팀으로 변모시킨 그는 연장 계약을 두고 구단과 협상했지만 견해차가 컸다. 강원에 부임하면서 기존 수령한 연봉의 절반 가까이 삭감하고 지휘봉을 잡은 만큼 윤 감독은 자기 가치를 매겨주기를 바랐다.
강원을 떠난 뒤 윤 감독은 김두현 감독과 이별한 K리그1 전북 현대 새 사령탑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러나 전북은 지난 18일 윤 감독 측에게 최종적으로 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최우선 순위로 올려둔 광주FC 이정효 감독과 최종 서명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윤 감독의 가치는 국내,외를 넘어 커진 상황이었다. K리그 구단 뿐 아니라 거액 연봉을 책정한 중국 슈퍼리그 A구단도 구애 목소리를 냈다. 다만 그는 기회가 된다면 국내에서 자기 지도력을 더 펼치기를 바랐다.
윤 감독은 과거 J리그 사령탑으로 사간 도스를 2부에서 1부(2011년)로 올려놓은 적이 있고, 세레소 오사카를 이끌고 더블(2관왕·2017년)을 달성하며 그해 감독상까지 받았다. 일본에서는 충분히 이룰 것을 이뤘다. 국내 지도자로 최초로 한·일 리그에서 모두 감독상을 휩쓴 윤 감독은 내심 ‘강원 동화’ 그 이상의 목표를 그렸다.
기습적으로 손을 내민 건 인천이다. ‘생존 DNA’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 강등 아픔을 겪은 인천은 심찬구 임시 대표이사 주도로 배수의 진을 쳤다. 1부 감독상을 품은 윤 감독에게 진심 어린 러브콜을 보냈다. 연봉 등 조건은 물론, 코치진 구성 등 윤 감독의 뜻을 온전히 품기로 했다.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인천은 강등 이후 비상혁신위원회를 구성, 단기간 1부 승격을 위한 재건에 속도를 냈다. 윤 감독의 선택이 시발점이다. K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2부 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13년 전 ‘도스 신화’를 떠올리며 인천의 비상을 그릴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