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애프터 유 (4)
해인(왼쪽부터) 한겸 아짱 써니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무대 위에서 더 빛을 내는 뮤지션이 있고 바로 ‘워킹 애프터 유’(Walking After U)가 그러한 밴드다. 무대로 팬들과 소통하는 밴드에게 코로나19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해인(보컬·기타), 아짱(드럼), 써니(키보드), 한겸(베이스)로 구성된 4인조 록밴드 ‘워킹 애프터 유’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주며 착실하게 성장과 확장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연기했던 단독 콘서트 ‘HOPE’를 지난달 진행했고 이후에도 인디 라이브 공연장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 공연에 참여했다. 또 지역 라이브 클럽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 공연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강릉에서 만난 해인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고 단독콘서트라 기분이 남달랐다. 걱정도 됐지만 무대가 걷히고 얼굴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이시국 지역 라이브 클럽 살리기’는 지방쪽은 완화가 돼서 공연을 할 수 있어 전국 투어를 다녔던 곳으로 입장금이나 후원금은 모두 클럽에 주고 우리는 팁이나 MD로 수익을 대신하고 있다”고 했고 아짱은 “후원도 많이 해주시고 MD도 많이 사주신다. 뮤지션과 공연장이 뭔가 서로 힘들때 서로 도와야 앞으로 좋을 것 같다. 큰 힘이 됐다고 해주시는데 우리도 힘들때 많이 도움을 받았다. 우리도 오랜만에 공연하고 관객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워킹 애프터 유’는 밴드 사이에서도 쉬지 않고 공연을 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팀이 만들어 진 후 7년간 쉰 적이 없었고 2019년에는 150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앨범 준비와 겹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그 횟수가 1/3 이하로 줄었다. 아짱은 “코로나19가 없을때 다 같이 유학을 갈려고 준비도 했는데 멘붕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합주적으로나 앙상블을 더 다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멤버들은 무대를 그리워하면서 무대와 얽힌 다양한 추억도 이야기해줬다. 해인은 “단독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팬들의 에너지가 무대로 전달이 되는데 그 기분이 좋다. 그리고 강진에서 공연을 하는데 무대가 미끄러웠는데 써니 언니가 기타 케이블을 밟고 180도 넘어진 게 생각난다”고 했다. 한겸은 “여수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데 모니터 스피커에서 멋진 포즈를 하려다 뒤로 넘어졌는데 언니들이 다 웃었다”고 밝혔다.

써니는 “많은 공연들이 다 좋았고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좋다. 사람들이 뛰어 놀고 떼창하는 모습, 얼굴 하나하나가 다 생생하다. 여수 버스킹 같은 경우에는 (우리를) 모르시는 분이 많았는데 다 같이 놀면서 불렀는데 지금도 팬을 해주시는 분도 있다”며 고마워했다. 아짱은 “한겸이 들오고 나서 2019년 정읍애육원에서 초대를 해줘서 공연을 갔는데 어린친구들과 함께해서 좋았고 이후 익산 공연에 선생님들이 와 주셔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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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왼쪽부터) 해인 아짱 한겸

아직 일반 대중에게 ‘워킹애프터유’와 그들의 음악이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실력면으로는 수차례 검증을 마친 밴드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로 수차례 무대에 섰고 무엇보다 2017년에는 ‘에머겐자 세계 밴드 대회 2017 KOREA’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 대표로 독일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당시 한국 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도 ‘워킹 애프터 유’는 화제를 모았고 현지에서도 주목받았다.

써니는 “한국 대표 선발전 결승은 외국과 한국 심사위원이 있고 현장 관객의 거수를 합산했는데 다른 참가자 팬들도 모두 손을 들어주셨다. 감동이 밀려왔다”면서 “막상 가서는 여유로운 마음이었고 즐기고 느끼고 왔다”고 미소지었다. 해인은 “대회가 끝나고 뒷풀이에서 다들 외서 우리가 일등이라고 해줬고 유명한 레코즈사에서 명함을 주시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아짱은 “3위안에 못 들었는데 현장에서 여자 심사위원이 화를 냈고 난리가 났다고 흥분해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더 머물다 왔는데 여기서 음악을 하면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들 다시 오고자 하면서 유럽이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워킹 애프터 유’는 이후 한차례 멤버 변동을 겪었고 현재 베이스를 맡고 있는 한겸이 새롭게 합류했다. 해인은 “마음이 맞는것이 가장 중요해 일단 몸만 오라고 했는데 6현 베이스를 끌고 강진까지 왔다. 오디션을 마치고 당돌하게 합격인지 아닌지 알려달라고 하더라. 꿈이 하루 종일 베이스만 치고 사는것이라고 했는데 그 꿈을 이뤄줬다”며 미소지었다.

한겸은 “군대 저리가라였다”며 환하게 웃은 후 “20살에 대구 공연을 보고 팬이 됐는데 당시 강진에 베이스를 메고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그 열정을 보고 성공한 것 같다. 실력적으로 부족한데 잘 이끌어줘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덕후일때보다는 멤버일때가 좋다. 팀을 보면서 꿈을 키웠는데 이제는 내가 남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만족했다.

아짱은 “우리도 부족함이 많아 열정과 마음이 있으면 실력은 노력으로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3개월 정도는 수습기간이 혹독했다”면서 “지금은 잘 버텨주고 역할을 잘 해줘서 우리가 덕을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써니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1년 반 정도가 지나면서 무대에서 자기 것을 받아들이면서 딱 맞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 그루브나 스타일이 묻어나는 순간이 있었고 다 같이 즐기고 있는 느낌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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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왼쪽부터) 한겸 아짱 써니

지난해 약 3년여만에 EP ‘Six Of Swords’를 발표한 ‘워킹 애프터 유’가 앞으로 들려줄 음악은 어떤 모양일까. 아짱은 “곡을 쓸때 여러 시도를 하는데 무대와 공연에서 마주하면 가장 우리다울 때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네 명이 가장 나 다울때 시너지가 올라오는 것 같다. (특정한) 정체성에 얽메이는 것 자체가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많은 것에 포인트를 맞출 수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 세대 이야기를 하는게 가장 ‘워킹 애프터 유’ 다운 것 같다. 지금도 찾아가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해인은 “특정 장르를 이야기하면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애매한 것을 하는게 우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일단 멋지다. 누군가 ‘너희는 진입장벽이 높은 밴드이지만 한번 빠지면 계속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 홍대 인디씬에 여성으로 이루어진 밴드도 별로 없고 퍼스먼스를 하는 밴드도 없다”고 자신했다.

써니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고 멜로디나 가사가 좋으면 장르는 상관없다. 우리는 귀로도 즐겁고 눈으로도 즐거운 밴드”라고 힘을 주었다. 한겸도 “라이브를 보면 싫어할 수 없는 밴드고 가사도 정말 버릴 것 하나 없다. 멤버 한명씩 빛이 나고 보컬이 매력적인 밴드”라고 보탰다.

‘워킹 애프터 유’는 그 동안의 걸어온 길에 비하면 아직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밴드이기도 하다. 한겸은 “음악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고 싶고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리의 길을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했고 써니는 “기회가 온다면 언제나 잡을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달려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워킹 애프터 유‘는 2021년에도 쉬지 않고 달릴 것을 밝혔다. 해인은 “새 앨범도 준비하고 있는데 좋은 뮤지션과 음악을 보면서 와서 우리도 그렇게 하고자 한다. 이미 단단해져 있기에 어떤 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해외도 나가서 보니 시야가 넓어졌는데 욕심도 생기고 꿈을 이루어 나가고 싶다”고 기대했다. 아짱은 “밴드들의 밴드이고 싶은데 지금은 정규도 준비 중인데 길게는 유학 계획도 다시 세워보고 여유가 생긴다면 러시아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가는 투어도 하고 싶다”고 했고

써니도 “장난식으로 이야기하고 터무니 없지만 ‘세계제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있는 곳에 관객이 모이는 게 꿈이다. 콜로라도 덴버 레드락 공연장에 서 보고 싶다”고 했다. 한겸은 “시대에 한 획을 그을 역사에 길이 남을 밴드가 되어 웹블리 스타디움에도 서고 싶고 콜로세움에도 서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