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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병헌전문기자]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아일랜드 리조트의 오션 코스에서 열리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는 선수들이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 대회중에 선수들이 처음으로 기계의 힘을 빌린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대회는 미국프로골프협회(USPGA)가 주관한다. USPGA는 선수들 위주로 투어 대회를 운영하는 PGA투어와는 다른 조직이다. USPGA는 PGA챔피언십과 시니어 PGA 챔피언십(5월27~30일), 그리고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6월24~27일)을 주관한다. 물론 이 세 대회에 모두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했다.
거리측정기 사용은 골프 규칙상 허용된다. 따라서 일반 골퍼들의 친선 라운드와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는 거리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 대회에서는 이제까지 로컬 룰로 금지해왔다. 선수마다 캐디가 있는 데다가 목표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량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례를 깨고 짐 리처슨 USPGA 회장은 지난 2월 “올해부터 USPG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는 선수들에게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처음 적용되는 것이 이번 주 PGA 챔피언십이다.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선수들에게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리처슨 회장이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한 것은 플레이 속도를 촉진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거리 측정기를 쓰면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곧바로 알기 때문에 선수들이 캐디와 의논하거나 개별적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은 USPGA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한다. 대회에서 선수들이 측정하는 거리는 ‘기기’에 표시되는 단순한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목표까지의 거리 외에도 선수들은 그린 앞까지의 거리, 트러블을 피해 캐리로 볼을 떨궈야 할 지점까지의 거리, 바람을 감안한 실제 필요거리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거리측정기로 남은 거리를 알아보기 위해 보폭으로 거리를 재는 수고를 덜어줄지 모르지만 선수들은 캐디와 거리측정기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중으로 체크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이라는게 선수들의 우려다.
거리측정기 사용의 부작용은 또 있다. 선수들이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거리 외에 지면의 경사도나 홀의 고저차 등의 정보를 얻었을 경우 페널티(첫번째 위반 2벌타, 두 번째 위반 실격)가 따른다. 거리측정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페널티를 받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 대회에서 거리측정기 사용이 골프계의 최대 현안인 슬로우 플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bhpar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