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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전술 운용의 묘가 빛난 승리였다.

‘디펜딩 챔프’ 울산 현대가 폭우가 쏟아져 40분이나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에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연승에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9일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ACL 조별리그 F조 2차전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 경기에서 2-0 승리했다. 울산은 지난 26일 비엣텔(베트남)전 1-0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조 1위에 올랐다.

울산은 이날 승리로 지난 2014년 자신들이 세운 대회 최다 연승 기록인 11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말 카타르에서 열린 2020 ACL 잔여 경기에서 9전 전승으로 우승한 울산은 이번 대회 2승을 보태 11연승을 기록 중이다. 내달 2일 카야FC(필리핀)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기면 대회 최다 연승 신기록을 작성한다.

고온다습한 태국 현지 기후와 더불어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호텔에서 격리돼 대회를 치르는 울산은 비엣텔전에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후반 종료 직전 힌터제어의 결승골이 터지면서 가까스로 이겼다. 빠툼전에서는 한결 컨디션이 나아 보였다. 홍 감독은 힌터제어를 원톱으로 두고 개인 전술이 좋은 이청용~바코~김민준을 2선에 배치했다.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빠툼을 몰아붙인 울산은 전반 24분 선제골을 넣었다. 김민준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들어 때린 중거리 슛이 빠툼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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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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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골은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 시절 공격 콤비로 활약한 힌터제어와 이청용의 합작품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 이청용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중거리 슛을 시도했는데, 힌터제어가 문전에서 방향만 바꾸는 힐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간 울산은 후반 이청용과 김민준 대신 발 빠른 김인성과 장신 공격수 오세훈을 투입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뜻밖에 변수를 맞닥뜨렸다. 갑작스럽게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빗줄기가 갈수록 굵어졌다. 동남아 경기장은 대체로 우천 시 배수가 미흡하다. 이날도 삽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그라운드 곳곳에 물웅덩이가 발생했다. 선수들이 공을 차도 물웅덩이에 갇혀 멀리 가지 못하거나, 드리블을 해도 공이 굴러가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속출했다. 오히려 이런 환경이 익숙한 빠툼이 골잡이 디오고를 앞세워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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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울산 현대

하지만 비가 멈출 기세 없이 세차게 퍼부으면서 심판진은 결국 후반 33분 경기를 중단했다. 정상 진행을 두고 AFC 관계자의 긴급 미팅이 열렸는데, 40분이나 경기가 중단됐다. 그 사이 빗줄기가 줄어든 것을 보고 현지 매치 커미셔너와 심판진이 최종적으로 대화를 나눠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다. 대신 10분 웜업을 거쳐 잔여 시간이 치러졌다. 경기 리듬이 꺾인 울산과 비교해서 빠툼은 오히려 숨을 고르고 익숙한 습기를 품은 잔디에서 막판 반전을 그리게 됐다.

하지만 이때 홍 감독은 노련한 용병술을 뽐냈다. 경기 재개와 함께 공세를 거두고 수비수 임종은과 김태현,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동시에 기용했다. 빠툼은 공격 지역에서 숫자를 늘리면서 남은 10분여 만회해보려고 했으나 울산의 촘촘한 수비에 고전했다. 후반 추가 시간 몇 차례 결정적인 슛을 허용했지만, 수문장 조현우가 선방으로 제어하며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홍 감독은 “경기가 중단됐지만 라커룸에서도 잘 준비해서 10분여를 잘 마무리했다. 전반에 선수들이 득점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태국의 어려운 환경을 이해하면서 잘 할 수 있게 만들고 승리를 따내는 게 내 역할이다. 선수들이 잘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