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
서울 이랜드의 유키.제공 | 서울 이랜드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서울 이랜드의 반등을 이끌 주인공, 바로 유키 고바야시(29)다.

유키는 일본 A대표 출신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의 SC헤이렌베인에서 세 시즌간 주전으로 활약했다. 이후 벨기에를 거쳐 지난 시즌까지 카타르 알코르에서 활약했다. 유키는 서울 이랜드에 오기 전 K리그1의 우승후보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여름에는 J리그, 유럽 복수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수준이 높은 선수라는 의미다. 실제로 유키의 서울 이랜드행이 확정된 후 국내 복수의 에이전트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수많은 선택지 중 K리그2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유키는 본지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뛸 것이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유럽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한국에 가면 유럽행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라면서 “에이전트와 김은영 사무국장의 열의를 보고 결정했다. 국장이 직접 쓴 편지를 받았고 에이전트도 매일 전화를 했다. 선수는 자신을 가장 뜨겁게 원하는 팀에서 뛸 때 행복하다. 그래서 서울 이랜드에 오게 됐다”라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은 처음이지만 유키는 한국과 익숙하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한국과 붙어본 적이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많이 봤다. 주빌로 이와타에서 정우영, 백성동, 조병국 등과 뛴 적이 있다. 카타르에서는 구자철과 경기 중에 만난 적이 있다. 인사하는 사이다. 얼마 전에 미용실에 갔는데 거기서 손흥민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한국 축구는 거친 면이 있다. 공을 빼앗기 위해 강력한 투지를 보여준다”라며 “이러한 스타일을 고려해 동료들을 활용해야 한다. 나는 직접 슛을 하고 드리블 하는 유형은 아니다. 공간을 만들어주고 시간을 벌어주면 된다. 집중견제를 받는다면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며 한국 축구 특성에 맞춰 플레이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키는 입단 후 고 김희호 코치가 세상을 떠나는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했다. 유키는 자가격리를 마치고 지난 10일 대전과의 경기를 방문했고, 승리 후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마치 팀에 오래 있던 선수 같았다는 후문이다. 유키는 “개인적으로도 충격을 받았다. 선수들이 모두 그런 것 같았다. 선수들은 승리를 코치에게 바쳤다. 어려운 일이 닥쳤지만 우리는 프로팀이다. 고개를 숙이고 갈 수 없다. 열심히 하는 게 고인에 대한 예의”라며 “저는 팀에 빨리 녹아들고 싶었다.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모습, 인간성, 캐릭터를 통해 믿음을 주고 싶었다”라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유키는 축구화를 직접 제작하고 요리사를 대동하는 등 프로의식이 강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유키는 “20세 때 햄스트링 부상을 1년간 다섯 번 당한 적이 있다. 그 때부터 식사,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 뒤로는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타투도 좋아한다. 일본 대표팀에서는 보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 타투가 조금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하며 웃은 그는 “축구를 안 하는 날에는 멋지게 차려 입고 카페,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축구와 연결이 된다고 본다”라는 말로 라이프스타일이 축구와도 연관이 깊다는 나름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서울 이랜드의 승격을 견인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하다. 유키는 “승격시키겠다는 강한 마음가짐으로 왔다. 저를 향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안다. 압박감은 오히려 축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감독님과 소통하고 있다. 굉장히 유연하고 열린 마음의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기대가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