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 없는 놀라운 야구단을 표방하는 SSG 랜더스가 임인년(壬寅年)을 접수할 새 시스템을 구축했다.
산재돼 있던 분석파트를 하나로 통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데이터센터는 기존의 전력분석에 데이터, 바이오 메카닉 등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시즌 직후 출범했다. 국내 최고 전력분석가로 꼽히는 김정준 전력분석팀장을 센터장으로 선임했고, 전력분석과 데이터분석, 외국인 스카우트 등 총 8명의 전문가들이 뭉쳤다. 퓨처스팀도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R&D센터를 설립 해 김성용 야탑고 감독을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
◇퓨처스도 랜더스 ‘원팀’ 시스템 기반 마련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야구공원 일대에서 지난 2월 1일부터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른 SSG는 지난해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SSG 김원형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전원은 이례적으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인 기량과 전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할 때 테블릿PC와 캠코더 등이 늘 따라다니는데, 선수들은 자신의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수치를 확인하는 등 데이터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단 1군 주축 선수뿐만 아니라 백업과 신인급 선수들도 예외는 나이다. 김정준 데이터센터장과 김성용 R&D센터장이 꾸준히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퓨처스 팀원도 랜더스맨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선수단뿐만 아니라 프런트도 인식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선수 성장을 돕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SSG 관계자는 “이번 스프링캠프를 기점으로 1, 2군의 데이터분석 시스템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1, 2군의 연계도 원활해야 하지만, 누가 오더라도 구축된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데이터센터와 R&D센터를 설립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치진과 분석파트간 이견이 크지 않다는 게 우리 팀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전력분석팀, 데이터분석팀, 현장이 소위 ‘쿵짝이 잘 맞는 팀’이라는 점도 큰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
◇클래식 데이터에 첨단 과학을 더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데이터분석 파트를 세분화 한 점이다. 레이더 기반의 트래킹 시스템과 영상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 메카닉을 스프링캠프 훈련에서도 접목하고 있다. 트래킹 데이터는 최근 야구팬 사이에서도 주목받는, 선수들의 퍼포먼스 결괏값을 측정한 것이다. 구속이나 무브먼트, 볼 회전, 타구 발사각이나 속도 등을 수치로 표시해 선수들의 기능적 능력과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랩소도라는 휴대용 트래킹 레이더를 이용해 투수와 타자들의 훈련을 점검하고 있다. 막연히 ‘볼 끝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보다 ‘회전수와 종속, 수직 무브먼트 등이 향상됐다’고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설득력에 큰 차이가 있다.
바이오 메카닉은 영상에 담긴 선수들의 움직임을 특정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육체적 능력과 컨디션을 확인하는 영역이다. 가령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가면, 다리를 들어 올리는 각도, 높이, 이때 글러브 위치와 상체의 기울임 정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디딤발이 지면에 떨어진 뒤 하체 회전을 시작할 때도 앞 무릎이 벌어진 각도나 힙턴 각도, 팔이 벌어진 정도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좋을 때와 나쁠 때 투구나 타격폼 변화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특히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인기가 높다.
|
◇준비 단계에서 모든 것이 완성된다
트래킹 데이터와 바이오 메카닉 분석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지난해 시즌 초반에 고전한 윌머 폰트가 데이터분석 파트가 수집한 수치를 기반으로 피칭 디자인을 재정립해 후반기 에이스 역할을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트래킹 데이터로 확인한 수치 변화를 바이오 메카닉을 통해 폼 변화로 확인하면, 개선할 점이 명확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파트별 코치, 해당 선수가 함께 들여다보고 개선점을 찾아 보완을 시작하는 형태로 슬럼프 탈출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데이터센터 박윤성, 송성우 파트너는 “코치진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데이터센터와 상호 신뢰가 구축된 게 가장 큰 변화”라며 “센터에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면, 코치진이 해법을 찾아 선수와 함께 보완하는 방식이라 현장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코치진과 선수들의 신뢰를 얻은 것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센터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준비 동작’이다. 김정준 센터장은 “준비 단계에서 완벽한 자세가 만들어지면, 투구든 타격이든 무리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팩트 순간에 힘이 분산되면, 해당 포인트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투구나 타격을 시작할 때 모습을 분석한다는 의미다. 센터 관계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는 이재원이 가장 큰 폭으로 변화했다. 2018년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거의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재원 역시 “밸런스가 가장 좋았을 때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데이터센터에서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예시를 보여줬고, 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
◇결과 아닌 과정, 지난해 아픔 씻는다
데이터센터 식구들은 “지난해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선수단 전체가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선수단도 “단 1승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아쉬움을 곱씹으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각자 가슴속에 1승의 소중함을 새겼기 때문에, 올해는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반드시 이겨 시즌 최종일까지 순위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목표”라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 같이 말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데이터센터 파트너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선수들이 스트라이크 하나, 안타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소통하고 지켜본 데이터센터 파트너들은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게 맞다. 그러나 그 결과를 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경기 중 결정적인 기회에서 안타를 치지 못하거나, 삼진을 빼앗아내지 못한 선수들은 밤새 해당 장면을 돌려보며 분석하고 또 분석한다. 이런 스트레스가 승부욕과 자기 관리로 이어져 승리를 갈망하는 선수 개개인의 집합체로 팀을 이루는 것이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더 세밀하게, 체계적으로 분석해 팀 승리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는 게 데이터센터의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단뿐만 아니라 프런트도 ‘원 팀’이 된, 세상에 없던 랜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