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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인천=김동영기자] 세상에 없던 고교야구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윗선의 의지’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여실히 확인한 대회다. 프로야구 SSG의 오너이자 신세계그룹 수장인 ‘용진이형’ 정용진(54) 구단주가 있어 가능했다. 다른 구단들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
11일 오후 6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장충고와 북일고의 대결이 펼쳐졌다. 8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천안북일고가 정상에 섰다. 초대 우승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5000만원(머신기, 스피드건 및 용품 2000만원+장학금 3000만원)도 얻었다.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가 메인 스폰서로 나서는 고교야구대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전국야구대회 개최 제휴 협약’을 맺었다. 그 일환으로 이번 대회가 열렸다. 기존 협회장기 대회를 신세계 이마트배로 리뉴얼해 첫 대회로 열었다. 역대 최다인 88개 학교가 출전했다. 19세 이하부 93개 팀의 94.6%가 참가했다. 오는 8월에는 ‘노브랜드배 고교야구동창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시상도 화끈했다. 우승팀에 5000만원, 준우승팀에 3000만원(스피드건 및 야구용품 1000만원+장학금 2000만원)을 수여했다. 3위 두 팀에도 1000만원(야구용품 500만원+장학금 500만원)이 돌아갔다. 1~3위에만 합계 1억원이다.
개인 수상도 있다. 최우수선수, 투수, 타격, 타점, 도루, 홈런, 감투, 수훈상까지 8개 부문을 시상하는데 선수 개인에게 트로피와 함께 30만원씩 수여했다. 지도자상도 감독상, 지도상, 공로상으로 나눠 각각 30만원의 상금을 줬고, 기타 단체상으로 모범상과 퍼포먼스상을 만들어 각각 300만원씩 안겼다. 이를 합하면 930만원이다.
고교야구대회 사상 상금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이 정도 규모가 아니었다는 SSG의 설명이다. 정 구단주의 뜻에 따라 규모를 키웠다. “아마야구에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 구단주는 1년 전 프로야구 SK를 인수하며 SSG를 만들었다. 추신수를 연봉 27억원에 영입하며 바람몰이를 했고, 정규시즌에서도 줄부상으로 신음하면서도 5강 싸움을 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박종훈(5년 65억원)-문승원(5년 55억원)-한유섬(5년 60억원)과 비FA 다년계약을 맺었고, 지난달 김광현까지 4년 151억원에 품으며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개막 후 무패 행진을 달리는 등 기세가 한껏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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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만 관심을 둔 것이 아니다. 아마에도 투자를 약속했다. 대회를 만들었고, 홈 구장 SSG랜더스필드를 오픈했다. 결승에 오른 북일고와 장충고 선수단에게 구단 클럽하우스를 공개했다. 리모델링에 40억원 이상 투입해 리뉴얼한 최신식 시설. 학생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아가 프로구장에서 경기를 뛰는 것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대회 최우수선수에 오른 북일고 김지환은 “프로 구장에서 뛰고, 시설을 보니 너무 좋더라. 빨리 프로에 와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선수들과 ‘꼭 프로에 오자’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결승에 앞서 시구까지 했다. 미리 두 학교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아 연습을 했고, 마운드에서 투구판을 밟고 던졌다. 북일고 투수 김휘건과 악수를 나누고 포옹을 했고, 포수 이승현도 격려했다. 장충고 선수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후 우승·준우승·3위 시상을 직접 했다.
정 구단주는 기념사를 통해 “프로야구가 잘되기 위해서는 아마야구, 그 중에서도 고교야구의 발전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0년대 초 고교야구가 지금의 프로야구만큼 인기가 있었다. 그 시절 고교야구는 그야말로 ‘청춘의 드라마’였다. 아마야구의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그 영광의 순간을 되살리고, 한국 야구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구단들에게 모범이 되면서 자극도 될 수 있는 사례다. 현재 KBO리그가 위기다. 그래도 SSG는 관중 동원 1위를 달리고 있다. 팀이 잘나가고 있기에 팬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구단주가 만든 이미지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구름 위의 존재’인 재벌도 친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마 대회 지원 또한 효과를 보고 있다. KBO리그의 위기는 한국야구 전체의 위기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만 챙길 일이 아니다. 아마까지 케어해야 한다. 허구연 총재 또한 “아마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연고 학교에 지원을 하는 것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할 것이라면 판을 키우는 쪽이 낫다.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정용진 구단주 호감이다’고 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KBO리그 구단들 중에 1~2억원을 쓰지 못할 팀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위기 돌파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