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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23년만의 공동작업이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했다.”(정우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리얼 ‘깐부’,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의기투합한 영화 ‘헌트’가 베일을 벗었다.
‘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월드스타덤에 오른 이정재의 감독데뷔작으로 조직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사건에 직면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처음 상영됐다.
5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정재 감독은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 정우성과 함께 하는 작품을 계속 찾았다. 하지만 남성 투톱 주연의 시나리오가 많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 ‘헌트’의 초고를 처음 접한 뒤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정재는 이 작품의 판권을 구입해 제작만 맡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본을 각색할 작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게 됐고 이후 “대본을 쓴 이정재가 연출까지 하는 게 맞다”는 주변의 격려에 힘입어 감독으로 나서게 됐다.
이정재는 “각본을 쓰는 것과 연출은 달라서 주저했는데 용기를 얻으면서 작품에 몰입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감독 이정재의 말대로 연출자로서 캐스팅 과정은 지난했다. 가장 캐스팅이 힘들었던 사람은 ‘절친’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4번이나 섭외를 거절하며 ‘사고초려’해 이정재 감독의 속을 썩였다. 이정재는 “오랜만에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실망감을 드리는 것보다 차라리 제작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래 시간이 걸려 보여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정우성은 “이정재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하지만 우리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 번(출연을)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이정재의 부단한 노력이 준비됐구나, 시나리오도 안정됐다는 걸 느꼈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정우성은 감독 이정재의 열정을 전하기도 했다. “촬영, 연출, 컨펌까지 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았다. 촬영 당일도 가장 먼저 나가서 준비하다보니 배우보다 서너 배 더 에너지를 쏟았다.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이정재는 “촬영현장에서 정우성이 산삼엑기스를 건네줬다”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로 이정재는 ‘헌트’ 촬영을 위해 사전회의를 수없이 거쳤다고 말했다. “요즘은 관객들이 눈썰미가 워낙 좋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아챈다. 폭파장면 하나를 찍더라도 무술팀, 소품팀, 미술팀, CG팀을 모두 불러 회의했다. 스태프들도 이런 회의가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1980년대가 배경인 만큼 주요 소품을 해외에서 수급하고 수급이 불가능한 감청기 등은 직접 제작하는 열정을 보였다.
작품에서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 역을 맡은 전혜진은 “이정재와 정우성을 한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다. 이정재 선배가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줘서 너무 감사했다”며 “‘감독’ 이정재는 내 연기를 믿고 맡겼다. 동네 오빠처럼 세심하게 배려해줬다. 그러다가도 ‘배우’ 이정재가 되면 말 붙이기도 어려울만큼 매섭게 역할에 몰입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표현했다.
안기부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의 허성태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이정재 선배를 처음 만났을때도, 영화 ‘신과함께’ 뒷풀이 현장과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 정우성 선배를 만났을때도 내가 이분들과 함께 영화를 찍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두 분과 함께 있는 건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내내 이정재와 정우성을 ‘추앙’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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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진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