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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시청률”

배우 김세정 주연 SBS 금토드라마 ‘오늘의 웹툰’이 시청률 1%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7월 29일 4.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오늘의 웹툰’은 지난 달 27일 1.5%까지 떨어졌다. 이달 3일 방송된 11회가 2.0%대로 올라서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모습이다.

OCN ‘경이로운 소문’, SBS ‘사내맞선’ 등 두 편의 드라마를 연 이어 히트시킨 배우 김세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요원한 모습이다. 배우의 명성과 원작의 인기에 기댄 안이한 기획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오늘의 웹툰’은 2016년 일본 T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중쇄를 찍자!’가 원작이다. ‘중쇄를 찍자’는 일본의 만화 출판사에 전직 유도선수 출신 편집자가 갓 입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쿠로키 하루가 연기한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의 긍정적이면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물론 오래 전통을 지닌 일본 ‘망가’ 작가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 업무를 대하는 편집자들의 열정 등 교훈적인 이야기로 일본은 물룬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했다.

한국화한 ‘오늘의 웹툰’은 ‘망가’ 편집부를 ‘웹툰’ 편집부로 옮겨오면서 기획부터 패착에 놓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망가’ 작가들은 오랜 전통을 지난 반면 한국의 웹툰은 트렌드의 선봉에 놓인 디지털 문화다. 더욱이 일본 작품은 매 회 교훈적인 이야기를 느리게 그리는 반면 한국은 빠른 속도감이 장점”이라며 “제작진이 현지화 기획을 거치면서 이 지점에서 오는 간극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작에서 유도선수 출신 편집자 설정을 국내에 고스란히 가져온 것도 문제다. 일부 시청자는 “관련 경력도 없는 이가 우연한 기회에 취업하는 상황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이의집_공동경제구역_메인 포스터

원작드라마 리메이크가 어려운건 ‘오늘의 웹툰’ 뿐만 아니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종이의집: 공동경제구역’ 역시 리메이크 실패 사례의 예 중 하나다.

스페인에서 제작한 원작 ‘종이의 집’은 ‘오징어게임’ 이전 넷플릭스 비영어권 최고 인기 콘텐츠로 천재지략가 교수 일당의 은행 강도사건을 그렸다.

한국화한 ‘종이의 집’은 원작에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설정을 추가해, 통일을 앞둔 한반도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공간을 신설했다.

BTS의 팬덤 아미 출신 북한 여군, 남북민의 갈등, 하회탈을 모티브로 한 가면 등 한국화된 설정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원작과 똑같은 에피소드에 예측가능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의 실망만 샀다. 원작의 명성에 힘입어 눈길끌기에는 성공했지만 ‘글로벌 혹평’을 감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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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메이크 실패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한국 인기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리메이크한 일본 TV아사히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도 현지에서 ‘리메이크 실패 사례’로 집중조명받았다.

‘롯폰기 클라쓰’ 방송 뒤 오히려 ‘이태원 클라쓰’의 넷플릭스 순위가 2위까지 치솟으며 역주행 하는 등 원작의 인기만 높아지고 있다. 현지에서도 “‘이태원 클라쓰’의 패러디물”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드라마 특유의 빠른 속도감과 감성을 일본 제작진이 담아내지 못한데서 오는 불균형이다.

국내에서 해외 드라마 성공 사례는 MBC ‘하얀거탑’(2007)과 JTBC ‘부부의 세계’(2020) 등 소수에 그친다. 정덕현 평론가는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건 ‘현지화’다. 이를 위해 세밀하고 촘촘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스튜디오S, 넷플릭스,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