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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야구도 패션처럼 유행을 탄다. 한쪽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 유행을 타고 과밀화하기 때문이다.

올해 KBO리그는 완연한 투고타저로 종착역을 향해 가는 중이다. 한 시즌 30홈런 타자가 한 명뿐이라는 게 상징적인 현상이다. 이 타자가 귀하디귀한 오른손 거포(KT 박병호)라는 점은 프로야구의 유행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왼손이 득세한 KBO리그가 다시 오른손으로 기울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10개구단이 보유한 왼손 투수는 총 44명(27일 현재 1군 등록 선수)이다. KIA가 7명으로 가장 많고 KT는 단 두 명만 보유하고 있다. 왼손 투수가 증가한 것은 각 팀 중심타선에 포진한 좌타자를 잡기 위해서다. KT 이강철 감독은 “우리팀은 아니지만, 각 팀에 왼손 투수가 많다. 중심타선에는 좌타자가 포진해있고, 선발 라인업을 좌타자로 채울 수 있는 팀도 많다. 올해 홈런 수가 줄고, 투고타저 현상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가 왼손 과밀화 때문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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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구창모가 지난 3일 창원 KT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 | NC 다이노스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턴하는 주로를 고려하면, 야구는 어쨌든 왼손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발빠른 좌타자는 우타자보다 더 많은 내야안타를 만들 수 있다.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를 폭격하던 시절부터 우투좌타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인 것처럼 보였다. 박용택(은퇴) 김현수(LG) 최형우(KIA) 김재환(두산) 등 중장거리형 타자뿐만 아니라 박해민 홍창기(이상 LG) 이정후(키움) 등 국대급 야수들도 우투좌타다.

좌타자가 대거 등장하자 이들을 잡아낼 왼손 투수가 필요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장원준(두산)을 필두로 류현진(토론토) 김광현(SSG) 양현종(KIA) 등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하면서 왼손 투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우투좌타 야수 혹은 왼손 투수 공급이 꾸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포토]SSG 최정, 3경기 연속 홈런 넘어간다!
SSG 최정이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와의 경기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LG 이정용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치고 있다.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실제로 KBO리그는 소형준(KT) 안우진(키움) 문동주(한화)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 오른손 파이어볼러를 찾기 어려웠다. 2000년대 후반까지 활약한 박명환 손민환 배영수 윤석민 이후에는 국대 마운드는 좌편향에 가까웠다.

키움 이정후는 “요즘은 우타 거포가 귀하신 몸이 됐다. 좌타자가 많은데 왼손 투수도 많아서 웬만한 실력으로는 명함도 못내민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쪽에서도 오른손 투수와 우타 거포가 틈새시장을 파고들 확률이 높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돌고 도는 패션처럼, 우타 거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불혹을 넘긴 KBO리그에 또 한번 격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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