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염경엽 감독이 2016년 1월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주 시드니로 전지 훈련을 가기 위해 출국장으로 들어서면서 취재진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팬들께서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느꼈다. 팬 바람에 꼭 보답할 수 있는 감독이 되겠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보다 진한 색깔을 입혔다. LG 트윈스가 6일 제14대 감독에 염경엽 해설위원을 선임했다. 신임 염경엽 감독과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5억원·옵션 3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12년 만에 잠실 귀환이다. 염 감독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LG에서 프런트와 코치를 맡았다. 스카우트와 육성팀장, 수비 코치를 맡은 바 있다. 스카우트로 오지환, 채은성 등을 지명했고 육성팀장으로서 일본 요미우리에 있던 김기태 감독을 데려왔다. 수비 코치 시절에는 오지환을 유격수로 중용한 바 있다.

이후 2012년부터는 넥센에서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 감독 재임 기간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1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SK 단장, 2019년과 2020년에는 감독으로서 SK 지휘봉을 잡았다. 2021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로 코치 연수를 받은 후 올해 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을 맡았다.

염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SK 사령탑 시절 실패부터 돌아봤다. 그는 “SK 감독으로서 실패가 내게 큰 공부가 됐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32년 동안 달려오다가 하늘에서 정신 한 번 차리라고 해주셨던 것 같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감사하게도 이렇게 다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요일 저녁에 연락을 받았고 어제 저녁 사장님을 만났다. 사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사장님께서 힘들게 결정이 됐다고 하셨다”며 “LG 감독이 어떤 자리인지, LG 팬분들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팬들께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느꼈다. LG 감독은 늘 꿈만 꿨던 자리였다. 꿈이 현실이 됐다. 팬 바람에 꼭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염 감독은 KBO리그 사령탑 중 데이터 야구 선구자다. 정규시즌에 앞선 캠프 기간부터 선수 개개인과 팀 전체의 목표를 설정한다. 한 시즌 전체 득점과 전체 실점을 팀 상황에 맞춰 설정해 캠프를 진행한다. 이후 단기전에는 투수 10명만 엔트리에 기용하는 등 과감한 면도 보인 바 있다.

시작은 오는 8일이다. 이날 염 감독은 잠실과 이천에 들려 선수단 상견례에 임할 계획이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되 수석코치와 2군 육성총괄담당 정도만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기존 틀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마 한 두 명 정도, 많으면 두 세 명 정도 영입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잘 못한 게 있으면 직언하고 깊게 야구 얘기할 수 있는 수석 코치, 그리고 2군 육성 총괄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코치 시절이었던 2011년 겨울 누구보다 쓸쓸하게 LG 유니폼을 벗었다. 일본에서 설득해서 영입한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는데 당시 염 코치는 대중에 암흑기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LG 코치 시절 유니폼 뒤에 이름을 가리기 위해 늘 점퍼를 입고 움직였던 염 감독이다.

이숭용
2010년 4월 4일 넥센 이숭용(왼쪽)과 과거 현대에서 함께 뛴 LG 염경엽 코치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목동 | 스포츠서울DB

그는 12년 전을 돌아보며 “당시 가슴 아픈 일을 많이 겪기는 했다”고 웃으며 “하지만 그 때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했다. 덕분에 더 많이 공부하고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염 감독은 “LG 선수, 코치들과는 익숙하다. (오)지환이 (채)은성이는 이 선수들이 고등학생일 때부터 알았다.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도 현대 시절부터 오랫동안 함께 했다. 다 알고 지내온 이들이다. 나와 선수들, 코치들이 서로를 알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빠른 적응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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