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짙은 고민과 맹훈련의 흔적이 타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으나 2년 연속 자격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고 시절을 함께 했던 사령탑과 재회했다. 또다시 2루수 무한경쟁에 뛰어들며 2023년 세 번째 FA 도전에 임한다. LG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3) 얘기다.
절치부심했지만 반등은 없었다. 지난해 타율 0.254 OPS(출루율·장타율) 0.694, 그리고 wRC+(조정득점생산력: 스탯티즈 참조) 94.8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타율 0.224 OPS 0.605 wRC+ 73.4로 더 추락했다. 2014년 타율 0.370 OPS 0.985 wRC+ 150.9로 MVP를 수상한 후 2020년까지 서건창은 평균 이상의 타자이자 수준급 2루수였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스프레이 히터였다. 7년 연속 wRC+ 100 이상을 유지했다.
그런데 2020년 7월 LG 이적 후 하향곡선이다. 키움 시절 막바지와 달리 2루수로 꾸준히 출장했으나 타석에서 꾸준하지 못하다. 과정 또한 불안하다. 시즌 중에도 수차례 타격폼을 바꿨는데 원하는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로 허무하게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
올해 시작은 좋았다. 지난 4월 2일 KIA와 맞붙은 광주 개막전에서 새롭게 정립한 타격 메커닉으로 해결사가 됐다. 5회초 1사 만루에서 내야를 꿰뚫는 싹쓸이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전처럼 배트 위치를 몸에 밀착시키는 게 아닌, 공간을 두고 배트 위치를 위로 올렸다. 미리 테이크백을 하면서 기분 좋게 시작점을 찍었다.
그런데 2주도 지나지 않아 타격 메커닉이 이전으로 돌아갔다. 개막전 포함 3연속경기 안타를 기록했다가 3연속경기 무안타로 고전했고 그러면서 타격폼에 다시 변화를 줬다..
|
최근 타격 폼은 2014년 201안타로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와 흡사하다. 서건창은 2014년 이후에도 올해처럼 수차례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배트를 몸에 붙이는 특유의 타격 메커닉을 포기하는 듯 싶다가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
타격폼 수정은 불가침 영역이다. 베테랑 타자는 특히 그렇다. 선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선수가 요청하면 코치가 함께 고민할 수는 있으나 강요하지는 못한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 해설위원을 하면서 꾸준히 서건창을 지켜봤다. 당시 그는 “200안타를 쳤던 타격폼이 있는데 이를 두고 계속 왔다갔다한다. 그러면서 너무 많이 꼬였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잃은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리고 이제 염 감독도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서건창과 재회했다.염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 사령탑 시절 서건창과 함께 했다. 이 시기 염 감독은 성공한 지도자로 올라섰고 서건창은 특급 2루수로 자리매김해 육성선수 신화를 이뤘다.
|
늘 2루가 문제인 LG다. 서건창 같은 베테랑부터 유망주, 외국인선수까지 많은 선수들이 2루수로 나섰지만 누구도 해답이 되지 못했다. 염 감독이 직면한 과제 또한 2루수 찾기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