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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9회말 1사 만루에서 구원등판한 마무리투수는 승리를 지켜냈을까.
2022시즌 KBO리그 개막을 일주일여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으로 선출된 허구연 총재는 자신을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한 구원투수”라고 소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등판한 정대현(현 동의대 코치)처럼, 완벽한 세이브로 위기에 빠진 한국야구를 지키겠다는 출사표였다.
출범 40주년을 맞은 KBO리그는 600만 관중(607만6074명)과 함께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일하는 총재’를 표방한 허 총재는 취임 첫해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허 총재는 “야구계에 쌓인 현안을 하루 이틀 만에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던 KBO 구성원들도 조금씩 능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해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산재한 과제가 많아, 내년에도 쉼없이 달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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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인 성과는 있다. 부산 기장군과 충북 보은군, 강원 횡성군에 KBO 야구센터를 건립하기로 했고, 경남 진주, 거제, 통영, 부산 기장, 전남 해남 완도 등을 하나의 벨트로 묶는 남해안 벨트 조성 사업도 첫 단추를 뀄다. 이전 총재와 달리 허 총재가 직접 각급 지자체장을 만나 협조를 구해 프로팀이 전지훈련을 치를 수 있는 수준의 구장 환경 조성 약속을 받은 것은 눈에 띄는 성과로 볼 수 있다.
남해안벨트가 형성되면, 퓨처스팀이 동계훈련을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야구팀도 시설을 활용하게 된다. 학부모 부담을 줄이고, 시차나 이동에 따른 손실 없이 훈련과 평가전을 치를 수 있어 저변확대와 효율성 증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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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일성으로 외친 ‘4불(不)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음주운전 승부조작 성범죄 약물복용 등 4대 금기사항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는데, 특히 음주운전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해 별도의 상벌위원회 없이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한화 하주석(면허정지)이 첫 번째 케이스로 7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가 키움으로 복귀를 추진할 때도 허 총재는 ‘계약 승인 불허’로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KBO 수장으로 리더십을 보여할 부분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우선 구단간 이해를 조정하는 운전자 역할은 좀 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불만을 제기한 2연전 체제를 없애는 데는 성공했지만, 포스트시즌 참가팀 확대나 경기운영방식 변화, 정규시즌 연장전 승부치기 도입 등 연초 세운 혁신 계획은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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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사업으로 전개한 트래킹 시스템 통합은 끝내 불발됐다. KBO의 구상을 10개구단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통합 목적과 향후 운영방향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기 사업을 지휘한 담당부서장이 퇴사하는 등 홍역을 치렀고, 트래킹 데이터 업체 선정 과정에도 KBO와 구단간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팬 퍼스트’를 외친 KBO의 방향과 팀 전력분석에 방점을 찍은 구단의 시선이 엇박자를 낸, 일종의 촌극이었다.
며칠 뒤, KBO 40주년은 마침표를 찍는다. 새해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등 국제대회가 줄줄이 열린다. KBO리그 인기를 재점화할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전사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KBO리그 중계권도 내년시즌 후 재계약해야 한다. KBO리그를 팬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10개구단과 의견 조율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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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로 나선 허 총재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끈질긴 카운트싸움 속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을 뿐이다. 더블플레이로 경기를 끝내려면 총재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구원투수가 성공 마침표를 찍으려면, 팀전체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