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베이비복스가 완전체 무대를 선보였다. 14년 만에 선보인 무대다. 아이돌 1세대 가운데 가장 늦게 뭉쳤다. 마치 현역 같은 무대였다. 리더 김이지를 비롯해 간미연, 심은진, 이희진, 막내 윤은혜까지 빈틈이 없었다. 방부제 같은 미모에 모두가 넋을 잃었다.

베이비복스가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KBS 가요대축제 글로벌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겟 업’ ‘우연’ ‘킬러’ 등 히트곡을 선보였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온 다섯 멤버는 인트로 뒤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90년대를 주름잡던 옛 포스 그대로였다. 블랙으로 의상을 맞춰 무대를 한층 고혹적으로 만들었다. ‘겟업’으로 전주에 맞춰 군무를 선보일 땐 공기 흐름마저 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김이지는 중저음의 랩으로, 간미연은 흔들리지 않는 고음으로 완전체 귀환을 알렸다.

댄스 브레이크도 놀라웠다. 전체 안무는 간결해졌지만, 작정하고 춤을 추는 구간에선 춤 선이 모두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윽고 ‘우연’(우연한 이별)로 넘어가면서 다섯 멤버가 정면을 응시했다.

모두가 이날만을 기다린 걸까.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 또한 세월을 완전히 비껴간 자태에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라틴풍의 ‘우연’이 빚어내는 안무는 최근 음악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안방에서 이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K-팝의 뿌리가 어디서 왔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연말 ‘가요대상’ 무대 가운데 최고의 무대로 손꼽힐 만했다.

윤은혜의 보컬은 더 성숙해졌고, 이희진의 청량한 음색도 여전했다. 심은진의 펑키한 머리스타일과 어우러진 안무 역시 다섯 명의 완전체 무대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었다.

KBS 선택이 옳았다. 무대를 좌우 아래위로 쓰기엔 답답한 KBS홀이 아닌 일산킨데스로 옮겨 무대 폭을 넓게 썼다. 베이비복스를 14년 만에 소환한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솔로로 부를 때 카메라 앵글이 와이드 샷으로 바뀌며 타이트로 잡아야 할 얼굴이 때때로 빠졌다. ‘부장 뱅크’ 때처럼 좀 찐득하게, ‘얼빡샷’(굴이 여백 없이 빡빡하게 들어가 있는 샷)이 나왔어도 굴욕 없을 베이비복스였다.

키스오브라이프와 콜라보로 선보인 ‘킬러’ 역시 돋보였지만, 키오라 멤버들이 가진 목소리 톤과 결이 달랐다. 일부 구간에서 훅 쳐지기도 했다. 교차해서 부를 때마다 목소리가 다소 튀게 들린 점이 아쉬웠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