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이기형vs이호재.

K리그에서 각각 사령탑과 선수로 뛰는 ‘부자’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이기형 감독이 이끄는 성남FC(K리그2)와 이호재가 공격수로 뛰는 포항 스틸러스(K리그1)는 24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3 FA컵 16강전에서 격돌한다.

일찌감치 ‘부자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K리그에서는 포항이 1부, 성남이 2부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만날 수 없지만 FA컵에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성남은 32강에서 김천 상무를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올라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포항은 16강으로 직행해 이날 FA컵 첫판을 치른다.

현역 시절 ‘캐논 슈터’로 명성을 높인 이 감독은 올 시즌 성남 지휘봉을 잡고 팀 리모델링을 이끌고 있다. 2021년 포항에서 프로로 데뷔한 ‘아들’ 이호재는 올 시즌 대구FC와 K리그1 개막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날아올랐다. 올 시즌 현재 리그에서 3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 감독은 평소 아들 얘기에 민감하다. 축구 선수 아들을 둔 다른 축구인도 비슷하나, 그는 유독 “가능하면 아들 얘기를 안했으면 한다. 나 때문에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과거 비시즌에 아들 이호재의 개인 훈련을 강하게 지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키 191cm의 이호재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등을 지고 돌아서 때리는 슛과 헤더가 일품이다. 프로에서 통하기까지 김기동 포항 감독 지도 뿐 아니라 아버지의 도움도 따랐다.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부자가 한 그라운드에서 토너먼트 대결을 벌이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이 감독은 지난 20일 안산과 K리그2 경기(성남 3-0 승) 직후 이호재와 맞대결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들이 ‘로테이션을 해주면 좋겠다’더라.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다”며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웃었다. 이호재도 아버지를 상대로 양보없는 대결을 선언했다. 그는 21일 강원FC와 K리그1 원정(0-0 무) 직후 ‘아버지에게 해줄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말에 “승리는 내가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김 감독은 이호재를 성남전에 선발로 기용할 뜻을 보인 적이 있다. 다만 그가 강원전에서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어 선발 요원으로 뛸지 미지수다. 이호재는 “감독께서 (성남전에) 베스트11으로 넣을테니 잘 준비하라고 하셨다. 부상 입었지만 남은 시간 최대한 회복해서 뛰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모르는 비기가 있느냐’는 말엔 씩 웃더니 “최대한 그런 게 나오도록 하겠다”고 방싯했다.

한편, K리그1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는 울산 현대는 전남 드래곤즈(K리그2)와 FA컵 16강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밖에 인천-경남, 수원 삼성-대구, 제주-대전, 김포-강원, 전북-파주시민, 서울이랜드-광주가 각각 8강행 길목에서 겨룬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