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FC서울의 선택은 결국 ‘이별’이었다.

서울 구단은 지난 19일 대구FC전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힌 안익수 감독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김진규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고 22일 발표했다. 구단은 ‘안익수 감독이 팀의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굳은 결심을 내비치며 사의를 표함에 따라, 고심 끝에 안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안 감독이 2년여간 팀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수도 서울 팀으로의 정신을 고취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축구인으로 행보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안 감독은 지난 2021년 9월 강등권으로 추락한 서울의 소방수로 부임해 그해 1부 잔류로 이끌었다.

파이널B(하위리그)에서 가장 높은 7위로 반등을 이끌었다. 당시 서울은 파이널B에서 가장 높은 7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과거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 시절 ‘질식 수비’ 명성을 떨친 그는 “수도 서울의 축구 클럽은 리그를 선도하는 전술을 펼쳐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 포지션 파괴를 화두로 한 후방 빌드업 색채를 뽐냈다.

지난 시즌 전체 패스 수에서 리그 전체 1위(2만923개)를 차지하는 등 의도한 전술이 수치로 드러났다. 그러나 세 시즌 연속 파이널B에 머무르는 등 기대만큼 성적이 따르지 않아 ‘이상과 현실’ 괴리 사이에서 구단과 대립점에서 놓이기도 했다. 올 시즌 상반기엔 한때 2위를 달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후반 실점률이 높아지는 ‘뒷심 부족’ 등 전술상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 부진에 빠졌다. K리그1 4위(승점39)로 여전히 상위권에 있으나 파이널B에 해당하는 7위 대전하나시티즌(승점 36)과 승점 격차가 2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위에서는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겪은 서울이 ‘리그 4위 감독’을 굳이 내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도 있었다. 안 감독과 서울은 단순히 성적을 떠나 선수단 운영과 더불어 미래 지향적인 목표점을 두고 근래 들어 견해가 많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 감독이 대구전 직후 미리 준비한 사퇴문을 읽어내렸는데, 그에 앞서 유성한 단장 등 일부 고위 관계자에게는 사의 뜻을 직,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안 감독의 뜻이 확고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울은 리그가 진행 중이고 팀이 파이널A 진입을 두고 중대한 시기에 놓인 만큼 ‘안정화’를 최우선 후속 조처로 여겼다.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U-18(오산고) 코치를 거쳐 1군 코치 등을 두루 겸하며 최근까지 안 감독을 보좌한 김진규 수석코치에게 대행직을 맡겼다.

서울은 차기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의 잦은 사령탑 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010년까지 시즌 도중 사퇴 감독이 1명도 없었던 서울은 2011년 이후 6번의 감독 교체, 7번의 감독 대행이 자리에 앉게 됐다. 특히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정식 감독 4명(황선홍 최용수 박진섭 안익수)과 감독대행 2명(이을용 김호영)이 팀을 떠났다. 리딩구단으로 부활을 그리는 서울은 어느덧 ‘감독의 무덤’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2년 사이엔 모기업이 모처럼 지갑을 열면서 수준급 선수 영입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적이 신통치 않거나 사령탑과 엇박자를 내는 건 스카우트 시스템을 비롯해 구단이 지향하는 장기적 비전과 철학 역시 온전하지 않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서울은 감독 한 명에게 의지해 전성기를 구가한 팀이 아니다. 새 사령탑 선임에 앞서 지난 5년간의 내부 시스템에 대한 처절한 성찰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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