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또 한 번 시즌 중에 경기장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다음달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을 치른다. 당초 8월9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이 경기는 태풍 ‘카눈’ 여파로 취소됐다가 11월로 미뤄졌다.
그에 앞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귀포 글로컬페스타’가 열린다. 27일에는 전야제, 28일에는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은 이미 지난 23일부터 착수했다. 잔디 보호 매트를 깔고, 그 위쪽으로 무대 설치가 이뤄졌다. 콘서트에는 아이돌 그룹 등이 초청된 대규모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콘서트도 그랬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021년 경기장 그라운드에 천연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새롭게 깔았다. 하지만 콘서트로 인해 상당한 잔디 훼손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잔디 복구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나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서귀포 글로컬페스타’가 열리고 4일 뒤에는 FA컵 4강전이 열려야 한다. 물론 FA컵 4강전 일정은 ‘서귀포 글로컬페스타’가 확정된 뒤 정해졌다. 무조건 서귀포시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아예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다.
미리 잡힌 콘서트 일정이지만, 제주는 FA컵 외에도 리그 2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제주의 경기 일정을 고려하지 않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제주가 FA컵 결승에 오르면 1경기가 추가된다. 잔디가 훼손된다면 엉망인 잔디에서 최대 4경기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FA컵 4강전 전까지 회복에 필요한 시간은 3일에 불과하다. 3일 만에 잔디가 복구될 리가 만무하다. FA컵 4강이라는 어쩌면 양 구단에 중차대한 일정에 잔디가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잔디는 단기간에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간과 공들인 작업으로 보호되고 관리되는 것이다. 잔디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축구를 관람하는 팬들이 보게 된다. 선수들은 부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팬들은 수준 높은 축구를 볼 수 없다.
아직 시즌은 한 달가량이 남아 있다. 축구장은 축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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