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포항=박준범기자] “꿈꿔왔던 순간, 선수들을 믿고 나를 믿었다.”
포항 스틸러스는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를 4-2로 꺾고 정상에 섰다. 2012년과 2013년 2연패 이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던 FA컵에서 10년 만에 정상에 섰다. FA컵 통산 5회 우승에 성공하며 전북, 수원 삼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쉽지 않았다. 포항은 전반 16분 송민규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북의 강한 전방 압박에 상당히 고전했다. 실점 후 양 측면 수비수와 공격수의 위치를 바꾸는 변화를 단행했다. 전반 44분 한찬희의 동점골이 나왔지만 후반 4분 페널티킥 실점으로 또 한 번 리드를 빼앗겼다. 하지만 포항은 줄기차게 공격했고 이후 제카~김종우~홍윤상의 연속골이 터지며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감독이 돼서 우승은 처음이다. 꿈꿔왔던 순간이다. 기쁘다. 선수들이 많이 피곤했다. 경기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응집력을 갖고 했다. 선수들과 팬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은 욕망이 컸는데 기쁜 하루가 될 것 같다”라며 “주인공은 내가 아닌 선수들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같은 입장에서 자식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흐뭇하게 바라봤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부임 후 2번째 대회 결승이다. 2021시즌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올랐으나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게 0-2로 패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담담했다. ACL 결승에서는 무기력하게 진 부분이 있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경기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나는 우승할 것 같다. 자신한다. 믿으라’고 했다. 우라와 레즈(일본)전 때도 그랬다. 선수를 믿고 나를 믿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수비수 신광훈은 후반 2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파울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전북 구스타보가 마무리하며 1-2로 리드를 내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신광훈을 넘어뜨리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더라. 더 이상 이야기는 안 했다. 후배들에게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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