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KT ‘고퀄스’ 고영표(33)가 비FA 연장계약을 앞두고 있다. 100억원 규모다. 2025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갈 일이 없어졌다. 이미 ‘FA 선발 가뭄’인데 더 심해진다. 향후 4~5년은 계속 이럴 전망이다.
KT의 창단 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다. 2023시즌 트레이드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적은 없었다. 2024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상황 KT가 미리 지갑을 열었다.
어차피 잡아야 할 자원이다. 5년 최대 100억원을 쏜다. 시즌 후 FA가 되면 ‘4년 100억원’ 이야기도 나온 선수다. 다른 팀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선발이 필요하지 않은 팀은 없다. 아예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FA는 전력보강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돈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데려올 수 있다. 선발은 상황이 다르다. ‘좋은 매물’이 워낙 적다. 최근 몇 년간 계속 그랬다.
2020시즌 후 열린 2021 FA 시장에서 투수는 6명이었다. 미국으로 진출한 양현종을 빼면 5명. 이 가운데 선발은 차우찬-유희관-이용찬까지 3명이었다.
차우찬과 유희관은 내림세가 완연했다. ‘대박’은 없었다. 원소속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보장이 적고, 옵션이 많이 붙은 계약이었다. 기간도 차우찬이 2년, 유희관이 1년이었다. 이용찬은 부상 여파로 인해 2021년 5월이 되어서야 계약했다.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뛰고 있다.
2022 FA 때는 투수가 딱 2명이었다. 백정현과 돌아온 양현종. 양현종은 KIA 외에 다른 팀을 갈 생각이 없었다. 백정현은 ‘S급’ 혹은 ‘A급’ 소리를 듣기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무난히 원소속구단과 도장을 찍었다.
2023 FA 때는 투수가 많았다. 8명이나 됐다. 오롯이 선발로만 뛴 선수는 이재학, 정찬헌 정도. 그나마도 전성기 모습이 아니었다. 한현희, 이태양 등은 선발과 불펜을 오간 선수들이다. 각각 롯데, 한화로 이적했으나 팀을 옮긴 후에도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FA 시장에도 불펜 위주다. 선발로 성적을 낸 선수는 임찬규 외에 없었다. LG 통합우승의 주역이다. 사실상 LG 단독입찰이었다.
2025 FA는 다를 수 있었다. 고영표라는 거물이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2024시즌이 시작도 하기 전에 ‘FA 고영표’는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3년과 비교하면 그나마 좀 낫다. 최원태가 나온다. 엄상백과 임기영이라는 카드도 있다. 그래도 ‘S급’ 선발은 없다고 봐야 한다. 최원태는 최근 기복이 있었다. 임기영은 오롯이 선발로 위력을 떨친 시즌이 없다.
그 이후는 더 없다. 2025시즌 후 선발 FA는 김광현, 양현종, 백정현이 있다. 재자격이다. 38~39세 선수에게 거액을 쓰기 부담스럽다. 프랜차이즈 스타이기에 다른 팀으로 갈 확률도 낮다.
왜 이렇게 선발이 없을까. 일단 비FA 다년계약이 꼽힌다. ‘쟁탈전’이 불 보듯 뻔했던 선수들이 일찌감치 계약을 맺었다. 박세웅(롯데 5년 90억원)이 그랬고, 구창모(NC 7년 132억원)가 그랬다.
나아가 리그 전체적으로 선발이 부족한 면도 있다. 거의 모든 구단이 외국인 투수로 원투펀치를 꾸린다. 토종은 잘해야 3선발이다. 4선발까지 채워도 다행이다. 5선발은 시즌 내내 ‘돌려막기’ 하는 팀도 있다. 자원이 문제든, 육성이 어렵든 확실히 성장이 둔한 감이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 출전했던 자원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FA까지 아직 멀었다. 곽빈은 이제 풀타임 3년을 넘겼다. 신민혁도 마찬가지다.
문동주는 이제 프로 3년차다. 원태인은 2026시즌 후 FA 자격을 얻지만, 그 전에 해외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대표팀에 가지는 못했지만, 이의리도 있다. 5년 더 뛰어야 FA가 가능하다.
꽤 오랜 시간 FA 시장에서 ‘선발’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심각하게 봐야 한다. 그만큼 리그 전체적으로 선발을 키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비FA 다년계약은 어쩔 수 없다. 좋은 선수를 일찌감치 잡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메이저리그(ML)에도 흔하다. 문제는 각 팀에서 미리 다년계약을 맺을 만한 선수도, FA 시장에서 ‘대박’을 칠만한 선수도 너무 극소수라는 점이다.
2023년 ‘젊은 피’의 등장은 반갑다. 여전히 ‘양’은 부족하다. 뎁스의 중요성은 비단 구단에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다. 선발은 야구의 기본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