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을 읽고 마음이 울린 적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생을 정리하는 단어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름에 있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해답은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과 함께 사는 삶.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인생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톨스토이의 이야기에 감동한다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4년간 야구인으로 살았다.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고 야구를 위해 달려왔다. 내 인생 전부인 야구를 위해 여전히 이 땅에서 할 일이 있고 야구를 전파하기 위한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야구를 통해 많은 청소년,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삶의 관조, 의미를 전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행복을 줄 수 있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북받치는 감사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정해주는 대로 따라가면 책임도 남에게 전가할 수 있거든요. 선택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니까요.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도 인간답게 사는 재능인 것 같습니다.”

“고난이 내 그릇의 넓이와 깊이를 재는 저울일까요?”

“고난은 나, 너, 우리, 인류 모두의 저울이지. 나치 수용소의 체험을 기록한 빅터 프랭클의 ‘밤과 안개’를 보면 극단적 고난에 반응하는 인간의 양극단이 드러난다네. 두 종류의 인간으로 나뉘어.”

1997년 삼성에서 방출된 후 홀로 미국에 들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현역 시절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것을 미국에서 경험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팬이 나를 둘러싸고 환호하고 열광했다. 그 이만수가 진짜 이만수인 줄 알았다. 현역시절 팬들이 하늘의 별까지 따다 줄 것 같았던 그 인기가 곧 이만수인 줄 알았다. 어디를 가나 환호하고 수많은 사람이 따라다니면서 사인해 달라고 이름을 부를 때 그가 곧 이만수인 줄 알았다.

홀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았다. 세상에서 열광하고 환호하는 이만수가 진짜 이만수가 아닌 허상의 이만수였다. 감사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따라다니면서 내 이름을 연호할 때, 그때 이만수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준 가짜 이만수였다.

쉽게 사라지고 없어지는 허상. 젊은 시절 그것이 전부인 양 밤잠을 설쳤다. 그들의 환호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모른다. 나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고, 내 내면을 바라보며 참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진짜 이만수였음을 뒤늦은 나이에 깨달았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았다. 또한 늙지도 않고 영원히 빛나는 현역일 줄 알았다. ‘오늘이 지나면 당연히 내일이 올 것이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젊은 시절 ‘한해 한해를 보내며 당연히 다음 해가 올 것이라‘ 지내왔다. 그게 내 삶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노년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내 모습을 봤다.

영원할 것 같았던 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은 나이에 깨닫게 된다. 너무 분주하게 달렸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젊은 시절 인기, 부, 명예, 영광을 위해 좌우를 살필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렸다. 내가 그렇게 추구하고 쫓았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책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인간의 양극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 감사한 하루다. 과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뒤늦은 나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