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세 편 만에 3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은 액션과 유머, 두마리 토끼다.

마동석의 복싱을 이용한 강렬한 액션과 살인병기나 다름없는 빌런의 잔인한 퍼포먼스가 ‘범죄도시’를 이루는 한 축이면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유머는 ‘범죄도시’의 또다른 축이다.

빌런이 오싹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유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으로 풀었다가, 느닷없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객의 심리를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24일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다. 범죄 스릴러 장르의 맛은 살렸지만, 강점이었던 유머가 부족했다.

전작들이 범죄 장르 시퀀스와 유머 시퀀스를 적절히 섞어놓았던 것에 비해 ‘범죄도시4’는 웃기는 구간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구간을 나눴다. 각 장면만 놓고 보면 멋진 장면이 많지만, 좋은 영화를 봤다는 감상은 들지 않는다.

‘범죄도시4’의 소재는 불법 온라인 도박이다. 법망을 피해 불법 사이트를 만든 IT 천재 장동철(이동휘 분)과 그 밑에서 필리핀 영업장을 운영하는 특수요원 출신 백창기(김무열 분)의 갈등에서 출발한다. 배당금을 제때 주지 않는 장동철에 불만을 품은 백창기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18년 불법 온라인 조직을 대거 소탕한 실화가 모티브다.

불필요한 대사 대신 액션과 눈빛만으로 캐릭터를 구축한 백창기 역의 김무열은 전작 장첸(윤계상 분)과 강해상(손석구 분) 못지않은 강력한 빌런을 완성했다.

단검을 활용해 빠르고 간결한 액션으로 단숨에 상대를 제압한다. “살려달라”는 상대를 죽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죽이는 모습은 공포심을 유발했다.

탄탄하게 구축한 백창기의 강인함은 후반부 마석도(마동석 분)와 맞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끝내 두 사람이 맞붙는 대목에선 시즌1과 시즌2의 강렬함이 되살아났다. 무술 감독 출신인 허명행 감독의 장기가 백창기의 모든 액션에 담겨 있다.

장동철 역의 이동휘는 웃음기를 뺐다. 느닷없이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아무도 웃지 않는 말을 혼자 신나서 하는 모습,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장동철을 만들었다.

두 빌런이 자기 몫을 해내면서 ‘범죄도시4’는 스릴러 장르의 매력은 충분히 살렸다.

다만 유머는 아쉽다. 이미 기존에 활용했던 유머를 답습하는 수준이다. 마석도(마동석 분)를 이용한 말장난이 지나치게 많고, 성공한 사업가로 돌아온 장이수에게 너무 의존했다.

초롱이(고규필 분)를 이용한 시즌3와 비교해도 유머가 한참 못 미친다. 억울한 표정만 지어도 웃음이 나는 장이수에게 과도한 연기를 요구한 점은 패착에 가깝다. 웃긴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큰 웃음은 놓쳤다.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와 액션, 유머가 유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장면과 장면 사이,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의 이음새가 투박하다. 음악이 흐르는 중에 갑자기 신이 바뀌는 등 어설프게 넘어가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불법 사이트 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 구성은 전작을 통틀어 가장 좋은 편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이 부족했다.

‘범죄도시4’에 처음 합류한 이주빈과 김신비의 활용도 아쉽다. 이름값과 연기력에 비해 역할이 심심하다. 특별출연한 권일용 범죄심리학 교수는 너무 대사가 많아 몰입도가 떨어졌다. 현봉식만이 특별 출연임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어느덧 4편에 다다른 ‘범죄도시4’는 서서히 패턴이 읽히는 모양새다. 여전히 재밌고 시원하며 통쾌한 맛은 분명하지만, 완성도가 내림세에 있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