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제 7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는 없었다.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 UGC 노르망디 극장에서 열린 공식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쟁, 주목할만한 시선, 비경쟁,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칸 프리미어,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의 초청작을 발표했다.

한국 영화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기대했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개봉이 미뤄지면서 전도연 주연 오승욱 감독의 ‘리볼버’에 기대를 모았지만, 불발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쟁 부문 진출은 좌절됐다.

지난해 ‘거미집’(비경쟁), ‘화란’(주목할만한 시선) 등 총 다섯 편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불과 2년 전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아직 비평가 주간과 감독 주간이 남아있고 공식 발표 이후 작품들을 초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예 감독을 부각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출품작이 없다는 점이 ‘한국영화 위기론’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그간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한국 영화를 높이 평가했던 칸 국제영화제에 ‘넥스트 박찬욱, 봉준호’가 없다는 점은 한국영화 위기론의 방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번 성적은 양윤호 감독의 ‘유리’가 비평가주간에 진출한 1996년으로 회귀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건 충격이다. ‘베테랑2’가 초청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은 상업영화의 장이다. 소위 작가주의가 짙은 영화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세계의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베니스 영화제가 한국영화를 외면한건 칸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영향이 컸다. 칸 영화제가 한국 감독들을 중용했고, 베를린 영화제도 홍상수 감독과 연이 깊다”며 “그랬던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를 배제했다는 건 향후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계에서 누릴 프리미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칸영화제 진출실패는 국내 영화산업이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징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 관련 예산이 삭감돼 독립영화 제작 및 상영기회가 대폭 줄어들면서 영화계에 새 얼굴이 진입할 창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독립영화계는 전멸했고, 상업영화도 허리선이 없다. 영화사는 새 영화를 내지 않고, 관객은 작품이 없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개봉이 밀렸고, 박찬욱 감독은 OTT로 갔다. 사실상 경쟁부문에 초청될 감독이 없었다”라며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한국 영화는 극한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했다.

전찬일 평론가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의 힘이 떨어지면서, 칸 국제영화제 진출도 힘들어졌다. 영화제의 주요 인물들이 세계 영화제 인사들을 만나서, 한국 영화를 소개했다. 그 과정이 있어서 한국 영화계가 국제적인 프리미엄을 누렸다.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