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명승부였다.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에서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를 2-1(21-16 20-22 23-21)로 잡고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집안싸움으로 관심을 끈 이 경기는 말 그대로 명승부였다. 1게임은 19분, 2게임은 25분간 이어졌다. 마지막 3게임은 무려 28분 만에 끝났다. 총 경기 시간은 77분. 뒤이어 열린 4강 다른 경기는 39분 만에 마무리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혈투였다는 가늠할 수 있다.

김원호는 3게임 막판 16-13으로 앞선 시점에 체력이 소진된 듯 얼굴이 사색이 됐다. 심판에게 이야기한 후 구토를 했고, 잠시 몸을 가다듬은 뒤 경기에 임해 결국 승리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원호는 “후반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뛰다가 코트에 토를 할 것 같아서 심판에게 이야기하고 봉지에 토를 했다”라면서 “코트에서 이렇게 티를 내면 안 되는데 올림픽에서 보였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위기였지만 파트너 정나은이 버틴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김원호는 “나는 배터리가 끝난 상태였다. 나은이에게 맡기겠다고 이야기했고 부담을 줬다. 나은이가 부담을 안고 나를 다독이며 이끌어줬다”라며 승리의 공을 정나은에게 돌렸다.

정나은은 “오빠가 나를 믿고 하겠다고 해 부담이 됐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오빠를 잡아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원호는 한국 배드민턴 레전드 길영아의 아들로 유명하다. 길영아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김원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만한 배경이다.

김원호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올림픽 금메달을 보며 나도 꿈을 꿨다. 이렇게 오게 될 줄 몰랐다”라면서 “엄마가 올림픽 메달은 하늘에서 주는 거니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이제 길영아의 아들을 넘어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마지막 도전을 후회 없이 하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다만 김원호와 정나은은 마냥 웃지 못했다. 동료를 상대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김원호는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 더 활기차게 했다”라면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 우리가 이겼으니 더 책임감을 갖고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의 왕야충-정쓰웨이 조다. 경기는 2일 오후 10시에 열린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