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국내 백화점 3사는 올해 상반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리뉴얼에 힘써 모객에는 성공했으나 주요 점포 재단장,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다만 올 하반기는 인기 브랜드 입점과 상반기 매출이 소폭 상승한 점을 들어 호조세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최근 국내 백화점들이 해외 유명 커피, 디저트 맛집들을 먼저 들여와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이른바 선입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쇼핑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백화점들이 ‘체험’을 강조할 수 있는 식음료 상품군을 강화해온 데 따른 것이다.

직전까지만 해도 런던베이글뮤지엄, 테디뵈르하우스 등 국내 유명 맛집을 경쟁적으로 입점시키던 백화점들은 최근 들어선 해외 유명 맛집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이제는 해외에 나가야 즐길 수 있는 카페, 맛집 등을 국내 고객에게 선보이는 데 공을 들이는 전략으로 하반기 매출에 집중하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스위트 파크’ 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총매출은 1조7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다. 순매출도 6417억원으로 2.1% 증가해 역대 2분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2% 감소했지만, 이는 강남점 식품관을 비롯한 주요 점포 재단장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0% 이상 줄었지만, 올해 초 개관한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하반기에는 리뉴얼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평가다.

실제 스위트파크는 개관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40만명을 기록하고 ‘연관 구매 효과’로 강남점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등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도 백화점과 호텔의 특성을 결합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7일 본점에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의 유명 고품질 커피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를 들여왔다. 올해 초 서촌에 문을 연 국내 1호점에 이어 신세계백화점 매장은 국내 2호점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디저트, 유명 맛집 등 F&B 콘텐츠는 모든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 집약적 장르로 고객 관심이 높아 집객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롯데백화점, 바샤커피 이어 ‘바틸’까지

롯데백화점 올해 2분기 매출은 8361억원(총매출 2조1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9% 감소한 589억원으로, 회사 측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와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바샤커피 론칭을 시작으로 해외 유명 식음료 브랜드 입점으로 매출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바샤커피의 국내 1호점을 열고, 올해 본점과 내년 초 잠실점에 입점 계획을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국내 최초로 들여온 바샤커피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커피로, 국내 론칭 이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바샤커피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싱가포르를 오가며 18개월간의 노력 끝에 싱가포르 ‘V3 고메’ 그룹과의 계약을 성사해 직접 들여왔다.

또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월에는 롯데월드몰에 사우디아라비아 고급 디저트 브랜드 ‘바틸’을 들여온다. 롯데월드몰 매장이 국내 1호점이자 아시아 1호점이다. 대추야자(데이츠) 안에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넣거나 초콜릿을 입힌 디저트로 유명한 바틸은 두바이 여행에서 꼭 사야 할 선물 리스트로도 꼽힌다.

이외에도 롯데백화점은 MZ세대 소비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노티드도넛’과 ‘랜디스도넛’, ‘고든램지버거’를 롯데월드몰과 타임빌라스 수원에 각각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은 “국내외 유명 맛집을 유치하면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다른 상품군 쇼핑으로 이어지는 연계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객 발길을 이끌 식음료 콘텐츠를 지속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현대백화점, ‘효자’ 더현대서울이 한 몫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은 2분기 백화점 사업 매출 61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19억원으로 같은 기간 16% 상승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Z세대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식품관에 ‘파이브가이즈’, ‘카멜커피’ 등 인기 F&B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발길을 끌었다.

또한 지난 6일에는 더현대서울에 고디바 베이커리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이 매장은 일본 도쿄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문을 연 곳이다. 이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현대백화점 담당 바이어들이 직접 일본 매장을 찾아가 제품을 맛보고, 국내 입점 협의를 진행했다.

고디바 초콜릿 자체가 인기가 높다 보니 고디바가 선보이는 빵에 대한 관심도 높다. 매장은 문을 열자마자 대기가 30팀이 넘을 정도로 사람이 몰리고 있다. 개장 첫날에는 부산에서 빵 맛집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빵지순례’를 하러 온 고객도 있을 정도였다. 개장 3일간 일평균 방문객은 500여명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또 지난 5월 팝업스토어로 더현대서울에 과일 스무디 아사이로 유명한 브로벌 브랜드 ‘오크베리’를 국내에 처음 상륙시켰다. 매장 개점 전 대기 줄을 서는 ‘오픈런’은 물론 2시간을 기다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로 진풍경이 펼쳐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의 국내 1호점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 현대백화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브랜드를 유치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백화점 매출 비중은 고가 명품 브랜드, 패션관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제는 이것만으론 생존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이에 따라 전 연령대 소비자들이 다소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식음료 상품군 강화로 매출 증대에 힘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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