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미국의 자동차업체 포드의 전기차 사업 전략이 수정되면서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포드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전기차 사업 효율화 전략’의 핵심은 ‘K-배터리’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해 한국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내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전기차 생산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드와 협력관계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실적 개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포드는 머스탱 마크-E 모델에 사용되는 일부 배터리의 생산을 내년 폴란드 공장에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공장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4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1년에 전기차 52만대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라인이나 생산지를 옮기는 것은 고객 요청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고객(포드) 니즈에 맞춰 협력을 잘해가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는 포드를 비롯해 유럽 완성차 고객 대상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포드용 배터리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생기는 폴란드 공장의 잔여 물량은 다른 완성차업체들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는 또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의 배터리를 내년 중반부터 SK온과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에서 공급받는다. 블루오벌SK의 테네시주 공장은 내년 말부터 포드의 신형 전기 상용밴을 위한 배터리 생산도 시작한다. SK온 관계자는 “블루오벌SK 공장 가동 시점은 변함이 없으며 고객사 전동화 플랜과 시장 환경 변화에 최적의 대응 방안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가 자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미국에서 확대 생산하기로 한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IRA에 따라 배터리 부품·소재 요건을 충족하면서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드는 IRA 지원 혜택을 통해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할 수 있다.

배터리업체들도 IRA로 인한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볼 수 있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1kWh(킬로와트시)당 셀 35달러, 모듈 45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준다. 미국 공장을 많이 가동할수록 돈을 더 받는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미 AMPC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이번 포드의 전략으로 그 혜택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AMPC 수혜액은 4478억원으로 1분기(1889억원) 대비 137.1%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영업이익(1953억원)에서 AMPC를 제외하면 2525억원의 영업손실이 난 것이어서 AMPC 확대는 실적 개선의 필수 요소다. SK온은 올해 2분기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385억원이었던 AMPC 규모는 2분기에 190.4% 증가한 1118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포드의 전기차 생산계획 수정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포드의 수정전략은 배터리 생산 확대 외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순수 전기차 모델 출시 계획 백지화 ▲순수 전기차 생산 관련한 연간 자본지출 비중 축소(40%→30%) ▲하이브리드 모델 집중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 전기차와 비교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배터리 탑재량이 절반 이하여서 배터리 물량을 더 팔아야 하는 업체들 입장에선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의 방향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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