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끝까지 불펜 문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며 힌트를 얻었다. 보직 파괴를 통해 가을야구 무대를 응시하는 LG다.

마운드 구성에 있어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렇다. LG 염경엽 감독은 22일 포스트시즌에서 선발진을 두고 “손주영과 최원태 2명은 확정이다. 하지만 3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21일 더블헤더에서 지옥과 천국을 오간 게 굵직한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LG는 1차전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1회 허경민에게 헤드샷을 범했다. 규정에 따라 투구수 5개만 기록하고 퇴장. LG는 1차전부터 강제 불펜 데이를 맞이했고 타격전 끝에 7-14로 패했다.

2차전은 반대였다. 선발 투수 LG 손주영과 두산 김민규 모두 호투했다. 특히 손주영은 7이닝 무실점으로 1차전에서 홈런 3개 포함 안타 14개를 기록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그리고 8회 에르난데스가 중간 투수로 나서 2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올렸다. 염 감독은 “1차전 1회 헤드샷을 한 순간부터 전략을 바꿨다. 1차전에 중간 투수를 다 쓰고, 에르난데스를 2차전 두 번째 투수로 쓰기로 했다”고 돌아봤다.

에르난데스의 불펜 등판이 처음은 아니다. 8월29일 잠실 KT전에서도 에르난데스는 중간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때도 1이닝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올해 미국에서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고 선발과 불펜을 두루 소화했다. LG는 에르난데스가 두 보직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것을 고려했다. 시즌 내내 불펜진이 고전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에르난데스를 중간 투수로 기용했다.

이러한 기용법을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4명, 적게는 3명으로도 포스트시즌 선발진을 꾸린다. 1, 2차전 선발 투수가 이후 불펜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에르난데스가 가을 야구에서는 전천후 카드가 될만하다.

염 감독은 “엔스, 에르난데스, 임찬규 모두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과 중간을 오갈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3명은 보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상대 전적, 시리즈 상황, 경기 흐름 등을 다 보겠다. 전략적으로 우리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겠다. 불펜 구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LG 목표는 3위 사수다. 3위를 빨리 확정해 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를 대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준PO를 앞두고 약점인 불펜진을 선발진으로 극복하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21일 기준 평균자책점 5.32로 이 부문 9위인 불펜진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선발이 불펜을 채우는 과감함으로 승부를 건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 투수가 롱릴리프를 할 수도, 세이브를 할 수도 있다. 마무리 유영찬이 경기 중반에 나오고 뒤에 선발 투수가 경기 끝까지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현재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데 시즌이 끝나면 코칭스태프와 논의하겠다. 상대 팀에 따라 선발 중 누가 중간으로 가는 게 효과적일지 회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