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아파트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평형별 표정에 변화가 일고 있다. 중대형에 비해 소형이 상대적으로 인기다.
1인 가구뿐 아니라 딩크족이 늘어나며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가 청약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소형아파트의 인기는 청약 경쟁률로 드러난다. 소형에 관심이 모이며 서울 도심에서는 신고가도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소형(전용 60㎡ 이하) 31.5대1 △중소형(60~85㎡ 이하) 11.25대1 △대형(85㎡ 초과) 8.21대1이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소형 아파트가 인기다.
지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중소형·대형 경쟁률을 넘어선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2022년 소형 아파트가 6.94대1의 경쟁률로 중소형(6.39대1)을 추월한 이후, 지난해 소형이 12.52대1을 기록하며 중소형(8.67대1)과 격차를 벌렸고 올해는 3배가량 높은 경쟁률로 ‘뉴노멀 평형’ 굳히기 형국이다.
소비자의 나이와 라이프 패턴 변화, 규제·대출 완화, 그리고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매매 시장에서도 전용 면적 60㎡ 이하 아파트의 신고가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는 물론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에서 초소형 아파트가 10억 원 이상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49㎡는 지난달 18억 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같은달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49㎡도 17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7월에는 마포구 마포더클래시 전용 43㎡가 10억원에 매매됐다.
업계에서는 “맞벌이면서 자녀가 없는 딩크족의 증가가 소형 아파트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초혼 신혼부부 중 딩크족 비중은 28.7%다. 3쌍 중 1쌍이 딩크족인 셈.
이 수치는 지난 2015년 18.0%에서 △2018년 21.7% △2020년 25.8%로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는 “자녀를 낳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1~2인 증가세까지 가팔라지면서 서울은 물론 일자리가 많은 도심에서는 소형 주택이 ‘뉴노멀’로 자리잡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출산하지 않는 딩크족 확산의 첫번째 이유가 높은 집값 때문이다. 그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소형 아파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현실적 역설이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