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나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본업이다.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하고, 가수는 가창과 무대 퍼포먼스에서 특별한 강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진가를 발휘했을 때 예능감이 뒷받쳐준다면 날개가 달린다. 재미를 선사하는 배우나 가수는 대중성에 확장력을 갖는다. 그룹 엔믹스의 리더 해원은 예능감이 가장 돋보이는 여성 아이돌이다.

엔믹스는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가장 재밌는 걸그룹으로 꼽혔다. 해원과 배이, 지우를 앞세운 예능감은 걸그룹 올타임 넘버원에 가깝다는 평가였다. 그 중심엔 늘 리더 해원이 있다.

예능인 못지 않은 다양한 개인기를 겸비했다. 70년대 말투를 비롯해 각종 성대모사, 말만 하면 튀어나오는 시대별 트렌드 댄스 등 끼와 재능이 남다르다. 또 순발력과 위트를 활용한 진행능력도 탁월하며 동료 멤버들을 적절히 놀리면서도, 적절히 놀림받는 탱커 능력도 준수하다. 덕분에 엔믹스는 늘 활기와 웃음으로 가득하다.

해원의 재능을 사방팔방 분출한 작품은 웹예능 ‘워크돌’이다. 시즌1 게스트로 나왔다가 끼를 알아본 제작진은 시즌2부터 메인 MC에 기용했다. 하루동안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는 관찰 예능이다. 치어리더, 소품, 굿즈, 호텔, 떡볶이, 승무원 등 각종 제복을 입고 제품을 팔았다. 해원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줄임말)한 아르바이트생 이미지와 온갖 밈을 얻었다. 재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보고만 있어도 귀엽고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특히 승무원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거울을 보며 팔을 올리고 ‘외모 췤’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국내 모든 연예인이 따라 할 정도의 강력한 밈으로 번졌다. 이젠 해원만 뜨면 ‘쳌’이 연달아 나온다.

MBC ‘라디오스타’ 출연분은 그간 해원이 쌓아온 모든 예능감의 응축이다. 쉴 틈 없이 드립을 쏟아냈으며 각종 개인기를 완벽히 선보였다. 그 가운데서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을 공격하는 센스도 돋보였다. 국내 아이돌 중 가장 재밌다는 평가를 받는 김희철의 여자 버전이다.

비록 예능으로 다져졌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엔믹스는 4세대 걸그룹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믹스토피아 세계관이 모호하고, 그간 꺼내온 곡들이 실험성이 강해 조금은 느리게 팬덤을 확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자 견고해졌다.

스포츠서울은 제38회 서울가요대상이 열린 지난 1월 태국에서 해원을 만났었다. 뛰어난 예능감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해원은 엄숙하고 진지하며 근엄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재밌는 만큼 본업을 잘 해야 한다”는 철칙이 다소 무거운 자세로 드러난 셈이다. 가수로서 웃기는 건 날개라는 영리함이 깔려 있었다. 끼와 재능은 물론 객관화마저 분명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받을 스타의 자질이 엿보인다. 곧 ‘해원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강한 확신이 든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