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드라마 ‘파친코’를 보던 이언희 감독 눈이 번쩍였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남자 주인공을 낙점하지 못하던 때였다. 선자 남편 이삭을 연기하는 노상현에 동공이 확대됐다. 낯선 얼굴에서 이방인의 매력이 흘러넘쳤다. 외로움과 관능미가 공존해야 하는 흥수 역에 딱 맞았다. 곧장 미팅을 잡고 낙점했다. 김고은을 캐스팅 해놓고도 1년을 전전긍긍하며 기다린 영화였다.

노상현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스크린 데뷔에 가교 구실을 한 ‘파친코’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기간 노력했던 작품이죠. 소중하게 남아있어요. 이삭은 아직도 애틋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파친코2’까지 3~4년에 걸친 노력이 들어가 있어 특별하죠. 마지막 ‘파친코2’를 끝내는 마지막 날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굉장히 슬펐어요.”

이삭이 눈을 감는 장면은 연기한 배우에게도 고통이었다.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는 “리허설 때부터 말 그대로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고 할 정도였다. 노상현도 “선자와 마지막을 슬퍼하고 파친코 프로젝트와도 이별하는 신이었다”며 “촬영이 끝났을 때 다 떠나보냈다”고 회상했다.

병약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고통스럽게 살을 뺐다. 노상현은 “모델 일을 할 때 68㎏까지 뺐는데, 그거보다 더 뺐다”며“ 파친코1부터 제가 죽는 걸 알고 있었다. 근육이 붙어 있으면 안 돼서 웨이트도 안 했다. 마지막에는 바나나 하나만 먹었다. 최대한 식단을 많이 빼서 야위어 보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선 죽진 않는다. 대신 죽어야 하나 생각한다. 게이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혐오 때문이다. 흥수는 재희(김고은 분)를 만나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성장한다. 노상현은 “시나리오가 매력적이었다. 솔직 담백하게 쓰였고, 현실적인 대사가 마음에 와닿아 선택하게 됐다”며 “재희와 흥수 관계가 매력적이고 스토리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고은과 투톱을 이룬 것에 대해 노상현은 “너무 큰 영광이었다. 재능이 많은 배우다. 워낙 경험도 많고 잘하는 걸 이미 아니까 연기하는 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친근하게 다가와 줬다. 연기할 때도 우려되는 게 없어서 다 믿고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어 보였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토론토영화제에서 관객 1200명과 동시 관람을 할 정도로 인기였다. ‘기생충’(2019)으로 골든글로브를 수상(2020)한 봉준호 감독이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한 게 불과 4년 전이다.

이에 대해 노상현은 “너무 긍정적이고 좋은 변화다. 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그 나라의 언어를 쓰지 않는 전 세계가 서브타이틀(자막)을 보면서 공감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라며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커넥션이 훨씬 더 많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환영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사랑받을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극장을 나오면 본인만의 공감 포인트가 있을 겁니다. 그걸 어디선가는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보면서 자유롭게 느끼는 대로 경험을 가져갔으면 합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