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파퓰러, 넌 이제 곧 파퓰러”(Popular, You’re gonna be popular!)
아리아나 그란데 노래가 울려 퍼진다. 객석이 들썩인다. 뮤지컬 공연장이 아닌 극장이다. 마법 같은 노래 ‘파퓰러’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여기저기서 흥얼거린다.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뮤지컬 ‘위키드’ 힘 덕분이다. 지난 2003년 초연 이후 20년 넘게 작품이 사랑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극장가 돌풍을 이끌고 있다. 흥행에는 뮤지컬 넘버(노래)와 스토리 두 가지가 가장 큰 요소로 꼽힌다. ‘파퓰러(Popular)’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왓 이즈 더 필링(What is this feeling)’ 등이 서사와 어우러지며 관객을 흡입한다.
‘위키드’는 사악한 마녀를 물리치는 ‘오즈의 마법사’ 프리퀄 격 작품이다. 초록마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와 착한마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 과거 이야기를 다룬다. 엘파바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 피부를 갖고 태어나 따돌림을 당하며 살아왔다. 금발에 미녀인 금수저 글린다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 둘은 쉬즈대학에 입학, 기숙사 같은 방을 쓰며 금세 친해진다.
엘파바는 피부색으로 갖은 무시와 모멸을 당한다. 우리 시대 ‘소수자’ 이야기다. 인종, 성별, 지역, 성소수자 등이 다수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집단 내 따돌림 혹은 오해를 받은 사람이라면 엘파바에 감정 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 ‘핵인싸’ 글린다가 ‘딱’ 나타나 손을 내밀며 노래를 부른다.
“칙칙하고 어두운 과거 속 너를 다 잊게 만들어 줄게. 내 도움으로 넌 이제 파퓰러”
영화 스토리 전개와 가사가 찰떡처럼 맞아들어간다. ‘러블리’ 글린다로 맞춤옷을 입은 아리아나가 배역을 찰떡으로 소화하면서 극을 매력있게 끌고 간다. 영화 ‘돈 룩 업’(2021)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소화하던 아리아나는 이번 영화에서 첫 주연에서 인생작을 만났다.
엘파바는 세상의 굴레에 갇혀 있지 않는다. 마법을 쓸 줄 아는 재능을 찾게 된다. 이를 알아본 마법사(제프 골드블룸 분)가 자신의 궁전 ‘에메랄드 시티’로 초대한다. 오즈의 질서를 깬 마법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로 몰고 죽일 것을 명령한다. 이때 빗자루를 부른다. ‘디파잉 그래비티’ 가사처럼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른다.
“우리가 이기지 못할 싸움은 없어. 너와 내가 중력을 벗어나면.”
7분40초간 진행되는 이 노래는 ‘위키드’ 가장 유명한 넘버(노래)다. 글린다와 엘파바가 함께 대사를 주고받으며 화음을 쌓는 장면은 뮤지컬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충격은 그 다음에 온다. 엘파바가 창문을 깨고 성 밖으로 날아간다. 뮤지컬에서 수직승강기로 제한적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던 장면이었다.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지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날 막진 못해”(Bring me down!)라고 엘파바가 외칠 땐 짜릿함마저 전해져 왔다. 장엄한 마무리 뒤 2편을 알리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커튼콜’처럼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연장 경험에 익숙한 관객들이 영화관 공기를 순식간에 바꿔버린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