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조유리가 ‘제2의 정호연’의 계보를 이을 채비를 마쳤다. 보컬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유리가 연기 분야에서도 재능을 선보였다. 전 세계 팬들이 기다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서다.
걸그룹 출신의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는 싹 걷어갔다. 화장기도 없다. 차갑고 냉소적이다. 독기만 남았다. 유일하게 웃는 장면은 두 번째 게임 도중 딱지가 한 번에 넘어갔을 때 뿐이다. 완벽한 이미지 변신, 여기에 준수한 연기력까지 받쳐주면서 새로운 보석을 발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유리가 맡은 준희는 전 남자친구 명기(임시완 분) 잘못된 투자 정보를 믿었다가 거액을 잃고 게임판에 참여한 인물이다. 여기에 아이까지 가졌다. 언제 출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만삭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잃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겼다.
눈에 띄는 감정신은 없었지만, 전체적인 톤이 안정적이다. 미혼모라는 특성상 전반적으로 예민함을 유지하면서, 불안한 얼굴을 차분히 유지했다. 명기와 대화 나눌 땐 톡 쏘아대는 분노를 표출했다. 과잉 없이 정확한 표현이다. 특히 “없어요. 부모 같은 거” “반년 동안 전화 문자 싹 다 씹길래 난 너 죽은 줄 알았어” “너, 내 돈이 필요한 거지? 나랑 아이가 아니라”와 같은 대사에선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화장실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절제력이 돋보였다. 커다란 표정 변화 없이 주어진 상황에 걸맞은 절제된 연기가 눈에 띄었다. 아이즈원에서 메인 보컬로 활약한 조유리는 연기 면에서도 재능을 드러내며 전천후 엔터테이너의 발판을 닦았다.
연기는 웹드라마 ‘미미쿠스’(2022) 다음으로 두 번째다. 스케일이 큰 작품은 ‘오징어게임2’가 처음이다.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신인답지 않은 결과물로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미미쿠스’에서도 기대보다 연기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조유리는 오래전부터 연기를 꿈꿔왔다. 데뷔 전 초등학생 때부터 작품을 보고 따라 하는 연습을 해왔다. 아이즈원 계약이 끝난 후로는 적잖은 작품에 오디션을 봤다. 대부분 떨어졌지만, ‘오징어게임2’에 덜컥 붙은 것이다.
“도전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사 임하고 있다고. 크든 작든 성취감을 느끼면서 노력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어떤 도전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준희와 관련해선 아직 드라마틱한 서사는 나오지 않았다. 두 생명이 붙어있는 몸이라 했을 때, 후반부 가장 극적인 감정을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강새벽(정호연 분)과 지영(이유미 분)가 만들어낸 서사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외모와 매력 덕분에 일찌감치 반응이 왔다. 이정재와 함께 개인 SNS 팔로워 수가 가장 급증한 출연자다. 박성훈, 노재원과 함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주연급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콘텐츠 업계에 조유리라는 봄비가 내리는 것 아닐지 기대가 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