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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지난주 ‘야구의 품격’을 통해 소개된 포수들의 트릭 플레이에 대해 포수출신 지도자들이 다른 해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지난주 ‘야구의 품격’<

8월 25일자 4면 참조>

에서 다룬 포수들의 ‘트릭 플레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본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포수출신 지도자들은 “기본기에 어긋나는 플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또 주자가 자칫 다칠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도 맞는 얘기”라면서도 “프로야구의 수준으로 바라보면, 포수의 트릭 플레이에 속는 주자들 역시 기본기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주자 2루 상황에 안타가 나왔다. 2루 주자는 3루 작전코치의 지시에 따라 홈으로 달려가는데, 포수가 공이 오지 않는 것처럼 홈플레이트 앞에 가만히 서 있다. 주자는 홈 송구가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는데, 포수가 느닷없이 포구해 태그동작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주자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지난주 ‘야구의 품격’에서 다룬 주제였다. 선수층이 얕고 시즌 후반까지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지기 때문에 동업자 정신에서 서로를 배려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포수출신 지도자들은 “달려오는 주자가 포수의 자세를 보고 슬라이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기본기를 망각한 플레이”라고 말했다. SK 박경완 육성총괄은 “홈으로 달려오는 주자는 뒷 타자의 시그널을 보며 슬라이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포수가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관계없이, 대기 타석에 서 있던 타자가 손짓으로 슬라이딩 여부와 방향을 알려준다. 만약 달려오던 주자가 포수의 페이크 동작에 속아 다쳤다면, 그건 포수의 책임보다 대기타석에 있던 타자와 달려온 주자의 실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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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서울 박진업기자]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는 기본적으로 대기타석에 있던 타자가 보내주는 슬라이딩 신호를 바라보며 달려야 한다. upandup@sportsseoul.com

KIA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현역 시절, 주자 3루에서 희생플라이가 나왔을 때 페이크 블로킹을 하곤 했다. 주자 2루 상황에서 안타가 나왔을 때에는 사실 크게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공이 오지 않는 척하기 어렵다. 포수가 여유를 갖고 트릭 플레이를 할 수는 있다. 주자는 포수가 아니라 대기 타석에 있던 동료의 시그널을 보고 달려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팀 동료가 홈으로 쇄도하면, 대기타석에 있던 타자가 손짓과 몸짓으로 주자의 슬라이딩 방향을 지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슬라이딩이 필요없으면 두 팔을 높이 들어 천천히 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송구 방향에 따라 왼쪽(홈플레이트 뒤), 오른쪽(홈플레이 앞)으로 슬라이딩 하라는 제스처도 보낸다. 주자는 홈플레이트를 응시하며 달리면서도 동료의 신호를 보고 슬라이딩 여부와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의미다. 프로야구 선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몸에 밴 동작이라는 뜻이다.

한 지도자는 “야구는 결국 상대를 얼마나 속이느냐가 관건인 스포츠다. 때문에 변화구를 던지고, 페이크 번트를 하고, 딜레이드 스틸을 하는 것이다.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투수와 타자 주자 야수 모두가 서로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흐름이 갈리는 것이 야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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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30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1로 앞선 7회 유격수의 송구를 노경은 포수가 놓치는 실책으로 홈을 밟아 추가점을 내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하지만 포수들의 트릭 플레이는 기본기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박경완 육성총괄은 “송구가 어느 방향으로 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천연잔디 구장의 경우, 포수가 트릭 플레이를 하려다 송구를 빠뜨릴 수도 있다. 그라운드(흙 부분)에 이물질이 있어 송구가 불규칙 바운드가 될 수도 있는데, 무릎을 편채 서 있으면 순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움직이려다 되레 포수가 부상하거나 달려오던 주자에 강하게 부딪힐 수도 있다. 가능하면 트릭 플레이보다는 기본에 입각한 플레이를 하는 게 맞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트릭 플레이는 한 번은 통할지 모르지만, 정말 위급한 순간에는 되려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주루 코치들은 포수들의 트릭 플레이에 분노를 표시했지만, 포수 출신들의 시각에는 경우에 따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정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것이 야구의 묘미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 야구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