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촛불집회
19일 저녁에 열린 제4차 촛불집회 참가자를 두고 경찰은 15만5000명, 주최 측은 50만명이 참가했다며 상이한 수치를 제시했다. 사진은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장면.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지난 12일과 19일 서울 촛불집회를 두고 경찰과 주최 측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서울 집회 참가자 수를 내놓았다. 12일 촛불집회의 경우 경찰이 추산한 참가자 수는 26만명, 주최 측이 추산한 참가자 수는 100만명이다. 무려 4배나 차이가 났다. 19일 촛불집회도 이 차이는 얼마간 좁혀졌지만 여전히 큰 차이를 나타냈다. 19일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은 15만5000명이, 주최 측은 5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3배 이상의 집계인원 차이가 나타났다.

이처럼 양자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시민들은 ‘선호하는 진실’만을 받아들이게 됐다. 분노한 시민들은 100만 촛불이 운집했다고 믿고 있어며, 청와대를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 추산 집회 참가자들의 숫자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경찰은 참가인원이 가장 많은 시점을 기준으로 3.3㎡(1평) 안에 6~9명이 있다고 가정하고 전체 집회 면적으로 대입해 측정한다.

하지만 유동적인 집회 참가자들의 명확한 수치를 집계하기 어려움이 커 오차가 상당하다. 실제로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굥황이 광화문 광장에서 사복 미사를 집전했을 때 당시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몰린 인파를 90만명으로 추산했다. 과거 해운대 해수욕장의 인파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100만명이 방문했다고 표현했지만 공중에서 인파 밀집도를 분석해 추산한 결과는 2만5000명~3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정확한 측정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오차가 지나치게 커 정확한 인파를 측정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림1
다음 지도에 표시된 조이코퍼레이션의 와이파이 측정 스폿 위치. 조이코퍼레이션은 총 53개의 스폿을 마련했다.  제공 | 조이코퍼레이션

이 같은 현실에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분석 서비스 ‘워크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조이코퍼레이션은 IT를 활용한 새로운 집계 방법을 제안했다. 조이코퍼레이션은 19일 당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광화문과 서울광장 사이에 53개 임시 스폿(Spot)을 지정하고 휴대폰 무선신호(와이파이, 블루투스)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했다. 매장 방문객 수와 체류시간 등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시스템을 활용해 새롭게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를 추론한 것이다.

조이코퍼레이션의 이 같은 방법의 장점은 ‘중복 카운트’가 없다는 점이다. 조이코퍼레이션 측은 “센서 하나로 최대 반경 50m 이내의 인원을 측정할 수 있으며, 무선 신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을 여러 차례 세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광화문 광장에 참여한 이가 시청역까지 행진했다면 시청역에서 또 다시 세지는 않는 것이다.

조이코퍼레이션이 3년간 실측한 결과와 여러 리서치 기관을 통한 조사들에 의하면, 무선신호 활성화율은 45%~55%로 추정된다. 조이코퍼레이션은 측정 공간에서 센서를 통해 1만개의 기기가 탐색되면 약 2만명이 방문했다고 통계적으로 추산하고 저녁 7시~8시 피크 타임 동안 집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22만명, 당일 누적 집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약 74만명으로 집계됐다.

분명 이 같은 방식은 기술적으로 중복 카운트가 없어 실측 스폿만 많이 갖춘다면 좀 더 정확한 참가자 숫자를 집계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 같은 와이파이·블루투스 인식 측정은 스마트폰을 보유한 인원만 측정하게 된다. 구형 2G폰 사용자나 아이는 인원수에 측정 안 될 수도 있고 ‘카운터 시위대’인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모하는 모임) 측 인원이나 경찰, 청와대 관계자까지도 구분 없이 합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지역 거주자와 집회 참가 없이 지나가는 행인 또한 모두 더해지게 된다. 이 같은 단점이 존재하기에 조이코퍼레이션도 ‘집회 참가자’라는 표현 대신 ‘제4차 광화문 집회 무선신호 집계 결과’라고 표현했다.

물론, 현 시국에서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가 중요하지는 않다. 많은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연 만큼 실질적인 참여인원은 100만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이번 와이파이 센서를 통한 참가인원 확인은 정확한 숫자 추론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측정 스폿 수를 늘리고, 명확한 참여자 확인 방식(예를 들면 별도 모바일 페이지를 통해 신원확인)을 더한다면 3~4배씩 차이 나는 측정 결과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part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