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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이 정유년을 맞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새 아침과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를 지닌 닭의 기운이 몸에 배서인지 정유년(丁酉年) 벽두부터 KIA 김기태(48) 감독의 집무실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1969년생으로 ‘닭띠’인 김 감독은 자신의 해를 체감할 새도 없이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1, 2군 스프링캠프 명단을 짜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던 그는 “띠가 벌써 네 바퀴나 돌았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새해가 밝았으니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다가올 시즌을 구상할 것이다. 큰 희망을 품고 시즌을 준비해 밝은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후보 평가 감사, 더 큰 그림 그릴 것”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프리에이전트(FA) 투타 최대어로 꼽힌 최형우와 양현종을 동시에 품에 안은 KIA는 단숨에 두산에 대적할 우승후보로 평가됐다. 김 감독은 “고등학교 때 이후 우승을 한번도 못했다. 이 때문에 우승후보라는 평가는 감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기분좋은 일이다. 주변의 기대가 크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을 운영하다보면 상대를 외통수로 몰아넣어야 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최형우가 팀에 입단하면서 그럴 기회를 더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이 큰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타격이 약한 하위타순에 이범호 김주형 김주찬 나지완(이상 우타) 최형우 서동욱 신종길(이상 좌타) 등 클러치능력이 좋은 타자를 대타로 내세울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이들 중 2~3명이 벤치에 앉아있어도 선발 라인업을 꾸리는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풍성한 자원을 자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이 그리고 있는 더 큰 그림은 ‘주축 선수 한 두 명이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 팀’을 만드는 일이다. 그는 “주축 선수 한 명이 한 시즌을 통째로 빠지면 문제가 되겠지만 10일에서 한달 가량 전력에서 이탈해도 경기를 풀어가는데 문제없는 팀이 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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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이 정유년을 맞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안정적 전력구축, 결국은 선수들의 몫”

스프링캠프 명단을 짜는데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최형우 한명으로 유망주를 즉시전력감으로 키울 수 있는 시간을 4년 벌었다. 4년 동안 세명 가량 경쟁시켜 한명이라도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두명을 벤치멤버 혹은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지 않은가. 이들보다 더 어린 선수들은 그 기간 동안 군복무를 마치면 된다. 안치홍과 김선빈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선순환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을 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대로 접어들거나 바라보고 있는 선수들 중 1군 백업이 가능한 선수들을 2군과 함께 대만으로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백업들이 1군과 함께 스프링캠프를 가면 신인들과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 2군 캠프를 가면 몸관리만 철저히하면 된다. 당장은 ‘감독이 배제시켰다’며 서운해할 수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팀이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려면 선수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진정으로 팀이 필요로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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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이 정유년을 맞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광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아침을 알리는 닭처럼 더 부지런하게”

김 감독은 조만간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시즌 구상에 돌입한다. 그는 “올해는 한 시즌을 최대 43명으로 치르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메이저리그처럼 40명으로 건강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최대 목표”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부상관리부터 주축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시즌에 임할 수 있도록 스프링캠프 때부터 분위기를 다잡는 일이 중요하다. 그는 “올해 체력테스트는 장거리 달리기 거리를 8㎞로 늘려볼까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시행될 가능성은 낮지만 스프링캠프 전까지 선수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다. 김 감독은 “닭의 해가 시작된 만큼 어느 때보다 김기태 답게 시즌을 치르고 싶다. 세상에 여명을 전하는 닭처럼 더 부지런하고 더 활기차게 준비하겠다. 스포츠서울 독자 여러분께도 닭의 기운을 전해 더 밝고 희망찬 한 해를 보내실 수 있도록 기운을 보내드리고 싶다. 팀의 운영 모토가 ‘동행’이듯이 올해도 팬 여러분과 함께 달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