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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궁의 별궁 터인 동궁과 월지는 경주의 대표적 야경 명소로 밤이 되면 사람들로 넘쳐난다.

[경주 | 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벌써 6월 말, 이제 여름의 문이 열렸다. 이미 도심은 거대한 찜솥처럼 그 안의 모든 것을 삶아놓을 기세다. 거리 상인들은 더위를 쫓으려 연신 부채질을 해대고 행인들은 따가운 햇볕에 표정을 찡그린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우리에겐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즐거운 여름휴가가 있다. 물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가는 이도 있을 터. 표정관리는 각자의 몫이다.

어렵사리 여름휴가를 얻었다 해도 또 하나의 관문이 있다. 이름하여 ‘선택 2017, 우리의 선택은?’ 대통령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휴가지를 정해야 한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물론 자유로운 영혼들이야 발길 닿는 어디든 못가랴마는 토끼같은 자식과 마누라가 있는 가장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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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 이름모를 왕은 드넓은 마음으로 자신의 무덤을 여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원으로 하사했다.

시원한 계곡을 좋아하는 아빠, 해수욕장을 좋아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바다도 산도 싫단다. 무조건 워터파크와 놀이공원만 고집하기 일쑤다. 이래저래 가장의 고민은 깊어간다. 하지만 모든 가족을 만족시킬 만한 가족 여름 휴가지가 있다. 바로 경주다. 국민 수학여행지며 도시 전체가 커다란 박물관인 경주가 다름 아닌 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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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오목한 분지에 들어앉은 경주는 젊은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도 좋다.

경주에는 보물 제199호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을 비롯해 산 전체가 보물로 가득한 남산이 있고 자동차로 40여 분만 내달리면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해수욕장과 주상절리대가 펼쳐져있다. 또 보문단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워터파크인 경주 월드리조트와 테디베어 박물관이 있다.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놓은 경주 동궁원에선 농업체험공간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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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아래 삼릉의 솔숲.
◇등반과 함께 시작된 역사기행, 산 전체가 노천박물관인 경주 남산

경주 남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과 함께 역사기행이 시작된다. 왕릉 13기, 산성 4개소, 절터 150개소, 불상 130구, 탑 100여 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700여 점에 이르는 문화유적이 산 곳곳에 즐비하다. 이쯤 되면 산 자체가 박물관인 셈이다.

남산은 높이 466m로 그다지 높진 않지만 곳곳에 가파른 등반 코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맹목적인 산 등정이 목적이 아니라면 쉬엄쉬엄 오르다 문화유적도 감상하며 역사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산행이 여의치 않다면 명품 소나무 숲이 있는 ‘삼릉’을 추천한다. 삼릉은 신라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 무덤이라 추정되는 3개의 왕릉으로 경주 남산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삼릉의 백미는 사실 능을 둘러싸고 있는 명품 소나무 숲이다. 여느 평범한 송림과는 달리 수천 수만 마리의 거대한 용이 비상하다 갑자기 소나무로 변해버린 듯하다. 이리저리 휘어지고 틀어진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듯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솔숲에서 뿜어 나오는 솔향기가 상쾌하고 몸은 저절로 힐링이 된다. 배병우 작가의 유명한 소나무 사진이 탄생한 곳도 다름 아닌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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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말 아래에 펼쳐진 갯바위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서 즐기는 해안절경 송대말 등대와 감포항

감포항에서 북쪽으로 10여 분을 올라가면 감포의 명소 송대말등대가 있다. 송대말(松臺末)은 글자 그대로 ‘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이란 뜻이다. 해안 절벽을 따라 펼쳐진 아름드리 해송 숲은 파란 바다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이다. 몇 발짝 자리를 옮기니 왼쪽으로 기와를 얹은 2층 건축물 지붕위로 등대가 솟아있다.

자세히 보면 등대 모양이 특이하다. 감은사지 3층 석탑을 본떠 만든 송대말 등대다. 그 옆에 있는 등대는 1955년에 세워진 옛 등대다. 등대 아래로는 검은 갯바위가 주상절리대를 이룬다. 밑으로 조심스레 내려가보니 갯바위 사이에 칸막이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언뜻 풀장 같기도 하고 석방렴 같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천연 양식장을 만들려다 패망 후 미완성으로 남았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갯바위 끝엔 2~3명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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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사이에 칸막이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천연 양식장을 만들려다 패망 후 미완성으로 남은 흔적이다.

동해 남부의 중심 어항인 감포는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읍으로 승격될 만큼 아주 번창했다. 당시 장생포, 구룡포와 함께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이름을 알렸다. 많은 일본 어민들이 이곳에서 촌락을 이루어 살았다. 지금도 감포 읍내에 가면 2층으로 된 일본식 목조 건축물을 볼 수 있다. 일제에 의해 우리 문화재의 밀반출이 자행됐던 곳으로 영욕의 역사가 교차한다.

감포항 입구쪽에는 2개의 등대가 있다. 그중 빨간 등대는 여느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지만 하얀 등대는 특이하게 가운데가 석탑모양으로 뚫려있다. 이처럼 특이한 건축물은 경주에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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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대에서 내려다 본 봉길해변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문무대왕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 이견대(利見臺)가 나온다.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이 나타난 곳으로 아들 신문왕이 동해의 용이 된 아버지 문무왕으로부터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신비한 피리와 옥대(玉帶)를 받은 곳이다.

이견대 아래에 펼쳐진 고운 모래 해변은 봉길해변이다.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니어서 주변이 한산하다. 해변을 걷다보니 어느새 문무대왕릉이 바로 눈앞이다. 거친 파도와 함께 1300여년 세월을 함께 한 대왕암 주변엔 검은 까마귀들이 떼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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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내 어디서도 거대한 고분을 볼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제일 큰 황남동 대릉원의 고분은 국민 출사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야한(夜寒) 경주, 천년을 거스른 시간여행 ‘천년야행’

경주의 또 다른 매력은 야경이다. 도심 야경과는 또 다른 운치와 색다른 멋이 있다. 저녁이 되면 경주 일대에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첨성대에서 출발해 대릉원을 거쳐 교촌한옥마을, 월성, 그리고 동궁과 월지까지 이어지는 야행길은 가로등과 경관 조명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폭염을 피해 걷는 야한(夜寒)길이라 더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둥근 보름달이 뜬 동궁과 월지에 도착하면 조명을 받은 건물은 반짝반짝 빛나고 월지엔 또 하나의 보름달이 떠 있다.

동궁과 월지는 신라 별궁으로 태자가 기거했던 곳이며 국가 공식적인 회의나 연회를 베풀었던 곳이기도 하다.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을 초청해 성대한 연회를 열고 외교를 펼쳤던 곳도 바로 여기다.

동궁과 월지엔 이미 야행을 나온 수많은 이들로 북적인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온 여자 아이, 두손 꼭 잡은 중년 부부와 연신 셀카봉으로 커플샷을 찍어대는 연인들. 모두들 동궁과 월지의 황홀경에 탄성이 지르며 저마다 ‘인생샷’ 담기에 여념이 없다.

경주문화원은 7월7~9일 동안 진행하는 경주 천년야행 답사자를 모집한다. 신라왕경의 아름다운 야경을 둘러보며 역사와 재미있는 야사를 들을 기회다. 신청은 경주문화원 홈페이지(www.gjucc.go.kr)를 통해 가능하며 참가비 3000원만 내면 유적지 입장료가 면제다.

또한 신라왕과 왕비의 복식 체험과 선덕여왕 행차, 신라 군악대 고취대 퍼레이드 등 다양한 체험 및 문화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경주시는 여유로운 야간 관람을 위해 8월말까지 이용시간을 오후 10시30분으로 30분 연장한다.

여행정보

경주 방문은 기차를 추천한다. KTX를 타면 2시간이면 도착한다. 코레일은 10월23일까지 50% 특가 상품인 ‘사랑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명 이상(최대 9명)이 7일 이내 동일여정으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출발하는 묶음상품 열차로 왕복할 경우에 해당된다.

그밖에도 코레일톡+(홈페이지)로 1일 이전 구매시 청소년은 최대 30%를 할인해주고 임신부는 특실료를 면제해준다. 또한 회원이 3명 이상의 자녀와 함께 이용시 30%, 25~33세 청년이 1일 이전 구매시 최대 40%, 부지런한 사람을 위해 2일 이전 구매시 최대 30% 할인 혜택을 받는다. 단 특가상품은 지정된 열차에 한해 적용되므로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필수다.

도착역이 ‘신경주’인 KTX 승차권을 보여주기만 해도 유명 관광지 입장권과 숙박, 식사까지 다양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마패 서비스’도 진행중이다.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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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에 위치한 삼손짜장의 ‘다슬기짬뽕’

경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짬뽕이 있다. 보문단지 내 위치한 삼손짜장에서 특허까지 받은 다슬기 짬뽕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켰는데 비주얼이 상상 이상이다. 푸르딩딩한 속살을 드러낸 상당한 양의 다슬기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고 국물맛 또한 다슬기 특유의 시원 담백함이 느껴졌다. 함께 시킨 다슬기 자장면도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식감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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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성동시장의 명물 ‘우엉김밥’

국내 3대 김밥으로 명성을 자자한 성동시장의 우엉 김밥도 별미다. 두툼하게 만 김밥에 우엉조림을 한입 베어 물면 그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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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한우 전문점 ‘화산 운수대통 한우’의 갈빗살

경주의 대표 먹거리 중 한우를 빼면 섭섭하다. 경주시의 중점 사업 중 하나가 바로 경주 천년한우 브랜드 육성사업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럽고 담백한 식감의 경주 한우는 그야말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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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시장의 한식뷔페

성동시장의 명물 한식뷔페, 단돈 6000원이면 두툼한 계란말이를 비롯해 맛깔스러운 김치, 추억의 소시지, 각종 제철 나물과 국을 실컷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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