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 받는 류중일 LG 신임 감독[SS포토]
LG트윈스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류중일 신임 감독 취임식을 열고 2018시즌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와 양상문 단장, 진혁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선수단 대표로 주장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 등이 참석하여 류중일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고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류중일 신임감독이 취임식을 마친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0.13.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 체육부장] ‘야통’이 돌아왔다.

류중일 감독(54)은 ‘야구 대통령’으로 불렸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한대화 KBO 경기운영위원은 한화 감독을 지내면서 ‘야왕(야구의 왕)’으로 통했다. 그러나 ‘야~’ 시리즈가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은 ‘야통 시대’가 열리면서부터다. 2011년 삼성 감독으로 데뷔하자마자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을 신호탄으로 4연속 통합우승의 전설을 일궈냈다. 이듬해에도 거침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일부 선수들이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내줬고 2016년에는 외국인선수의 부진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미노가 겹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단 한 시즌의 실패로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6년 동안 그가 써내려간 위업은 ‘야통’으로 불리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한 시즌 동안 그라운드를 떠났던 류 감독은 이제 LG의 사령탑으로 ‘야통시대’의 2막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3일 본지 인터넷 단독보도)

류 감독은 지난 13일 취임식과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한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천 LG 챔피언스파크를 찾아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뒤 조용히 가을볕이 내리쬐는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오랜만에 류 감독과 나란히 앉아 ‘야통의 LG시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류 감독은 매사에 긍정적이면서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취임식 때는 평소에 비해 훨씬 빠르고 높은 어조로 취임일성을 밝혔고 이날도 인터뷰하는 내내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특유의 파안대소와 장난스런 말투는 여전했지만 말을 이어가는 중간중간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단지 익숙한 옷을 벗고 새로운 환경에 처한 상황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지금 그의 두 어깨에 놓인 짐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손모은 류중일 LG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프런트[SS포토]
LG트윈스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류중일 신임 감독 취임식을 열고 2018시즌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와 양상문 단장, 진혁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선수단 대표로 주장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 등이 참석하여 류중일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고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류중일 신임감독이 신문범 LG스포츠대표이사, 양상문 신임단장, 선수단 대표와 손을 모아 내년시즌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2017.10.13.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막 선수들과 상견례를 했는데 어떤 인사를 했나?

이제부터 스트레스가 시작이다. 기대도 많이 하실 것이고, 어떤 모습의 야구를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깨가 무겁다. 반갑다고 인사한 뒤에 ‘이기려고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기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전쟁을 할 수 있는 몸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이곳에서 마무리훈련을 하고 있고 다음달엔 일본 고치로 마무리캠프를 떠난다. 그러고 나면 스프링캠프가 시작하는 2월1일까지는 비활동기간인데 이 시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

지난 2월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로 단기 연수를 다녀왔는데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랐다. 투수들이 첫 날부터 시속 140㎞ 이상의 공을 던지고 타자들도 모두 정상 배팅을 하더라. 깜짝 놀라서 물어보니 사실상 1년 내내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 잠깐 쉬기는 하지만 12월부터는 러닝, 수영,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투수의 경우에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캐치볼을 하면서 1월에 훈련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1월에는 각자 따뜻한 곳을 찾아가서 2월에 정상훈련을 할 수 있는 몸을 준비한다. 그런 분위기가 정착된 것이 20년 정도 됐다고 한다. 우리는 비활동기간을 지키기 시작한 것이 2년째에 불과하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몸을 만들어서 오라고 했다.

- 어떤 선수가 특히 반가워했을지 궁금하다.

오랫동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으니 차우찬이나 손주인이 제일 반가워하지 않겠나. 함께 호흡을 맞춰본 선수도 꽤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봉중근, 박용택, 정성훈을 데리고 있었다. 코칭스태프들 가운데도 유지현 수석코치, 신경식, 손상득, 박석진, 박종호 코치 등과 대표팀이나 삼성에서 같이 뛰었던 적이 있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도 잠시 삼성에서 일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밖에서만 바라본 선수들이다. 선수 하나하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지금부터 옥석가리기에 들어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으니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들을 찾아보겠다. 괜찮은 선수들도 제법 눈에 띈다. 일단은 고치 마무리캠프 때까지는 선수들을 파악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시간 여유가 있는 듯해보여도 사실상 내년 2월1일 출발하는 스프링캠프부터는 시즌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의외로 시간이 빠듯하다.

- 처음 LG 감독직을 제안받고 수락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9월 말에 LG 구단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즉석에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 시간을 조금만 주십사하고 부탁드렸다. 사흘 동안 고민하면서 와이프, 지인들과 상의한 끝에 마음을 정했다. 나는 아직 젊고 다른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LG는 누구나 한 번 쯤 가보고 싶어하는 서울의 명문팀인데 만약 고사한다면 평생 LG와는 인연을 맺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누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사람을 다시 데려다 쓰려고 하겠나. 가족과 처음으로 떨어져 있게 됐지만 모든 정열을 쏟아서 기대에 부응해보겠다. 나름대로 큰 꿈을 안고 왔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지 않을까 싶다.

전임 양상문 감독 축하받는 류중일 LG감독[SS포토]
LG트윈스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류중일 신임 감독 취임식을 열고 2018시즌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와 양상문 단장, 진혁 경영지원실장을 비롯한 프런트와 선수단 대표로 주장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 등이 참석하여 류중일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고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전임 LG감독이자 신임단장인 양상문 단장이 류중일 신임감독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2017.10.13.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마침 현역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이승엽을 격려하기 위해 대구구장을 찾기로 한 그날 아침에 스포츠서울이 단독보도했다. 야구장에서 분위기가 좀 머쓱했을 수도 있었겠다.

정말 어떻게 알았나? 시즌 마지막 경기가 3일이니 그래도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 5일쯤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그런 줄로 알고 있었다. 삼성 구단주님과 김인 전 사장께서 대구로 내려오신다고 해서 오시면 함께 더그아웃으로 내려가 승엽이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기사가 나오는 바람에 더그아웃으로는 내려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승엽이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두 분께도 인사를 드렸는데 “내년에는 삼성이랑 LG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자”고 덕담을 해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 삼성 지휘봉을 잡고 맞붙었을 때 바라본 LG는 어떤 팀이었나.

그 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수차례 얘기했다. 아쉽게도 이번 시즌에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체력적인 고비, 실력적인 한계, 팀워크의 문제 등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더 지켜보고 LG의 팀 문화를 익혀가야 하겠지만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줄여가야 한다. LG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구단주께서 야구에 대해 보여주시는 열정에 있다. 이렇게 좋은 훈련장을 마련해주실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이시지 않나. 서울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가장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성적이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야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팀이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야구를 하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 몇몇 단점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이제 막 팀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다만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야구만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겠다. 그러다보면 단점들도 자연스럽게 지워질 것이다.

- 야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년 동안 야구를 떠나있었다. 앞으로의 야구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지휘봉을 놓은 지 1년 동안 삼성의 기술고문을 맡고 있었지만 솔직히 야구장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 2~3번 정도 야구장에 나갔고 그라운드엔 딱 한 번 나가봤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짬짬이 보기는 했지만 야구중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기억도 없다. 30년 만에 처음 맞는 방학 아닌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마음껏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골프도 마음껏 치러 다녔고 자주 보지 못했던 지인들도 만나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 이제 다시 무거운 짐을 지게 됐지만 그동안 재충전한 덕분에 달려나갈 힘을 얻었다. 바둑을 둘 때도 뒤에서 보는 훈수꾼의 눈에 수가 더 잘 보인다고 하지 않나. 머리도 좀 맑아졌고 야구에 대한 열정도 더 커졌다. 첫 날이지만 훈련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 삼성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을 지냈다. LG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 만큼이나 삼성을 떠났다는 것이 큰 뉴스였다.

삼성은 31년 동안이나 몸 담았던 곳이다. 그야말로 청춘을 바친 곳 아닌가.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도 있었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막상 떠나오니 아주 아쉽다. 그러나 평생 한 팀에만 있으란 법은 없지 않나.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올시즌 LG는 6위로 마무리했는데 내년의 성적이 기대된다. 결과적으로는 3~4경기 차이로 가을잔치 참가 여부가 결정된다. 어떻게 성적을 끌어올릴까, 어떻게 한 경기라도 더 많이 이길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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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이 취임식을 마친 이튿날인 14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제공 |LG 트윈스
- 화끈한 타격을 앞세운 힘의 야구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LG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장타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삼성 시절에는 늘 봐오던 선수였고 홈런을 펑펑 때려줄 선수들이 있어서 거의 번트를 대지 않는 야구를 했다. 홈런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1년 만에 거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스프링캠프에 주요 선수들이 모두 합류하면 그 때부터 어떤 컬러로 팀을 꾸려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홈런이 없으면 발빠른 선수들로 상대 수비를 휘저어야 하는데 도루성공율도 50% 정도더라. 도루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성공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수비 실책도 줄여야 한다. 포구 실책이 많은지 송구 실책이 많은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른다. 기본틀을 변하지 않겠지만 야구장의 특성이나 선수들의 능력치를 먼저 파악한 뒤에 빅볼을 선택할지 스몰볼을 구사할지 설계를 할 수 있다.

일단 투수 쪽에서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 밖에서 보기에도 괜찮았다. 방어율 1위팀 아닌가. 마무리 임정우가 부상중인 가운데서도 선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갔고 중간투수들도 좌우 균형이 잘 잡혀있다. 예전 삼성과 비교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가용할 수 있는 선수 층은 두꺼운데 확실한 투수는 없다. 야수 쪽은 진짜로 고만고만하다. 잘 때리고, 잘 달리고, 잘 던지는 선수가 2~3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삼박자를 다 갖춘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비슷비슷해서 “여기는 팀 이름이 그래서 그런가 참 쌍둥이 같은 선수들이 많네”라고 농담도 한다.

- 삼성의 수비 시스템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큰 수비 스페셜리스트라는 점에서 LG 수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프로야구가 도입된 지도 30년이 훨씬 지났다. 바보가 아닌 이상 상대의 시스템이 좋으면 다 가져다 쓰는 게 정상이다. 삼성 시절에도 상대의 장점을 카피해서 수비 시스템을 보완해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전체적인 스타일은 비슷할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LG 수비 시스템도 한 번 지켜보고 더 좋은 방향으로 장점을 살려가겠다. 왜 LG는 이런 수비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들어보고 바꿔야할 부분이 있다면 코치들부터 이해시키고 바꿔가겠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잠실구장은 넓기 때문에 상대에게 한 베이스라도 덜 허용하려면 큰 타구를 잡았을 때 한 박자 빨리 공이 중계돼서 넘어와야 한다. 트레일러맨을 한 명 더 두는 방법을 쓸 수도 있고 수비 훈련도 더 많이 해야 한다.

- 대형 프리에이전트(FA) 영입 등 구단에 따로 요청한 부분이 있나.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구단에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단 내부를 들여다 보지도 않고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양상문 단장께 다 맡겨놨다. 필요한 부분은 그때 그때 요청하겠다. 리더십의 충돌을 걱정하시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양 단장님과는 같은 팀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지 않지만 그분의 성품이나 야구관을 잘 안다. 삼성 시절에도 단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팀성적이 좋지 않다면 그건 다 내가 야구를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jin@sportsseoul.com

◇ LG 류중일 감독

▲출생년월일=1963년 4월 28일

▲출생지=경상북도 포항

▲출신학교=대구중~경북고~한양대

▲경력=삼성 라이온즈(1987~1998)

삼성 라이온즈 코치(1999~2010)

제1,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코치(2005, 2008)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2010)

삼성 라이온즈 감독(2010.12~2016.10)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2012)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2014)

LG 트윈스 감독(2017.10~)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2회 수상(1987, 1991)

4시즌 연속 통합우승(2011~2014)

5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2011~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