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경기장 찾은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
10일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경기가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축구협회 홍명보 전무가 경기 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여러분 의견 잘 알고 있다. 다같이 목소리 낼 것.”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몰려든 초·중·고·대학 등 아마추어 축구 팀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학원축구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선수 학부모 등 300여 명 앞에 홍명보(48)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섰다. 비대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축구협회의 불통과 밀실행정 등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위기에 빠진 학원축구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1시간이 넘게 시위가 이어지자 홍 전무는 직접 비대위 앞에 등장해 “여러분 내용 잘 알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홍 전무는 최영일 부회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과 함께 협회에서 초·중·고 지도자 10명과 만나 구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약 40여분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대위 측은 협회 회장이나 전무가 직접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만나서 제도 개선에 힘써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홍 전무는 “우리도 가겠지만 다같이 가자. 함께 목소리를 내자. 여러분이 직접 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날짜가 잡히면 동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회관 시위5
초중고 지도자와 학부모 약 300여명으로 구성된 학원축구 위기극복 비상대책위원회가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앞에서 축구협회와 소통을 강조하며 시위 피켓을 들고 있다. 김용일기자

이들의 요구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 부당성 재고 ▲학원 축구 선수의 자유로운 전학 ▲주말리그제로 막힌 연중 전국대회 개최 ▲한국스포츠총장협의회 비가입 대학에 ‘학점 C제로 룰’ 미적용이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취득은 국내 축구 지도자에게 이중 자격증 취득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떠들썩하다. 이미 축구협회 기준에 따라 지도자 자격증을 따낸 현장 지도자는 최근 정부에서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두고 모든 종목에서 취득을 규정화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올해까지 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지도자는 해당 학교와 계약해지를 하도록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학원 지도자 중 60%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더라. 나머지 40%는 당장 12월까지 따지 못하면 지도자로 활동할 수 없어 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대표 출신이나 프로 3년 이상 경력을 지니면 일부 시험이 면제되는 등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고 했다. 또 학원체육에서 클럽체육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축구와 야구 등 중학교 구기종목은 운동부는 내년 3월부터 위장전입, 기숙사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거주지 인근 학교 또는 클럽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시행에 팀별로 선수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운동부를 아예 없애는 학교가 늘고 있다. 지도자와 학부모는 자유롭게 선수로 꿈을 펼칠 수 있게 전학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이백준 목동중 감독은 “경기도 모 지역에서 서울 모 학교로 넘어와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데 법적으로 안 되니까…”라며 하소연했다.

‘학점 C제로 룰’은 적용 범위가 화두다.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선수 중 평균 학점이 C제로 미만이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애초 모든 대학 선수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축구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총장협의회 등과 올해 하반기 대회에선 비가입 대학 선수에게 C제로 룰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비가입 대학 지도자들은 내년에도 C제로 룰 적용에 우려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공부하는 축구 선수’를 명분으로 내세운 주말리그제 역시 전국 대회를 방학 기간에 몰아서 하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학습 능력도 떨어지고 경기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축구 관계자는 “공부하는 선수 좋지만 엄연히 이들이 가야 할 길은 축구다. 현재 제도는 운동하지 말고 공부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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