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붉은 악마와 바이킹, 응원 전쟁도 카운트 다운!
한국과 스웨덴을 응원하는 축구팬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을 관전하며 응원을 준비하고있다. 2018.06.18.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니즈니=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대~한민국!”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 문득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의 ‘오렌지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됐다. 한국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앞두고 스웨덴의 2만여 응원단이 몰려온다는 얘기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실제 킥오프 3시간 전부터 니즈니는 노란 물결로 가득했다. 경기장을 향하는 버스, 지하철엔 전통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스웨덴 팬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쩌렁한 목소리로 “스웨덴!”, “우리가 이긴다”를 외쳐댔다. 스웨덴 언론의 보도대로 현지에서 버스를 대동하거나, 기차를 타고 가까운 거리인 러시아에 입성해 니즈니로 향한 팬도 상당수였다. 이들은 지나가는 붉은 유니폼의 한국 팬과 기자들을 볼 때마다 의기양양한 태도로 일관했다.

월드컵은 다른 국제대회보다 중압감이 큰 무대다. 특히 첫 경기는 더욱 그렇다. 결과의 중요성이 크기에 선수 스스로 심리적인 부담을 떠안아 긴장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관중석 분위기다. 우리는 이미 20년 전에 경험했다. 프랑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관중석을 가득 메운 오렌지 물결에 압도당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우려는 기우였다. 킥오프 44분여를 남겨두고 한국과 스웨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들어와 몸을 풀었다. 노란 유니폼 2만여 스웨덴 팬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내질렀다. 그에 반해 붉은 유니폼의 한국은 응원단은 20분의1 수준인 1000명으로 경기장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20년 전처럼 주눅 들지 않았다.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일당백 정신으로 태극전사를 향해 기를 불어넣었다. 전광판엔 양국의 대표 응원가가 나왔는데, 한국 차례엔 ‘승리를 위하여’가 흘렀다. 한국 관중 모두가 일어서서 신명나게 따라불렀다.

압권은 양국 레전드가 등장했을 때다. 대회 기간 국제축구연맹(FIFA) 레전드 기념 행사로 방문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스웨덴의 파트리크 안데르손이 킥오프 전 그라운드에 섰다. 후배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건넸는데 ‘차붐’의 등장에 한국 팬 뿐 아니라 현지 팬들도 뜨겁게 환호했다. 친구들과 니즈니를 찾은 축구 팬 안희조(36) 씨는 “경기장 밖에서부터 숫자에서 워낙 우리 응원단이 밀려서 처음엔 응원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막상 경기장에 들어와서 같은 구역에 앉은 사람끼리 잘 해보자고 했는데 차붐이 등장하면서 덩달아 신이 났다”고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20년 전과 다른 부분은 유럽 빅리그 등에서 큰 경기를 수없이 치른 손흥민, 기성용 등 주력 선수의 경험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폴란드 원정에서 이미 월드컵 분위기를 경험한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경험자’를 중심으로 서로를 독려하며 스웨덴 11명, 2만여 응원단과 싸웠다. 그럴수록 “오~ 코리아!” 붉은 악마의 함성은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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