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이 농협은행과 신규 가상계좌 발급 계약이 결렬되며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신규 계좌발급을 받지 못한 업비트에 이어 빗썸마저 1일부터 신규 발급이 중단되며 톱2 거래소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빗썸은 지난달 31일 공지를 통해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개선을 위해 실명확인 입출금 번호 신규발급이 일시 중지된다”며 “조속히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급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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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지난달 20일 발생한 빗썸 해킹사태와 무관치 않다. 농협은 암호화폐 투자 과열에 대한 범정부 대응과정에서 빗썸 신규 계좌 발급을 일시중단했다가 지난 1월 재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재계약 협상에서 전산상의 보완을 요청하며 재계약을 거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7월말 계약만기를 앞두고 양측 관계부서들이 협상을 해왔고 재계약 의사도 충분했지만, 세부사항에서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슈만 해결되면 한 달의 발급 유예기간 안에 재계약이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재계약결렬 시 기존 가상계좌 이용도 어려워진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건은 신규 계좌 발급에 대한 부분으로 기존 계좌는 전혀 상관없다. 신규계좌 발급이 중단되면 양측 모두 손해가 크기 때문에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신규 계좌는 곧 새로운 고객이다. 시장 파이가 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빗썸의 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빗썸은 1일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힐스 기준 전세계 12위, 국내 1위 거래소다. 하지만 24시간 거래량을 기준으로 하면 점유율은 1.44%에 불과하다. 한때 세계 1위를 달렸던 거래소 업비트가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기업은행의 신규 가상계좌 발급 중단 조치로 중소 거래소로 전락한 상황에서 빗썸마저 무너지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상은 추락을 면하기 힘들다.
톱4 거래소 중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연장했지만, 이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1월말부터 신규 가상계좌가 열려있었지만 신규 유입은 거의 없었다. 톱2의 신규계좌가 막힌다고 (이쪽에서) 딱히 낙수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거래소 폐쇄’ 발언 이후 시장 자체가 거의 무너진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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