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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가 7일 필리핀전에서 슛을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축구의 개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7일 UAE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년 UAE 아시안컵 1차전 필리핀과 경기에서도 그랬다. 필리핀은 주전급 선수 상당수가 독일이나 영국에서 태어난 이중국적 혹은 귀화 선수로 이뤄져 있다. 일본 출신 수비수도 있다. 태극전사들이 일대일에서 압도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막상 그렇지 않았다. 수비 위주로 나온 필리핀의 역습을 막다가 오히려 한국이 경고를 3개나 받았다.

결국 한국은 다소 투박하더라도 템포와 결정력, 세트피스 등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야 한다. 필리핀이 5-4-1 전형의 밀집수비로 나와 틈이 없는 듯 보였으나 무너트리지 못할 팀은 아니었다. 필리핀이 역습에 나섰을 때 볼을 재빨리 탈취해 재역습을 해야 한다. 차분히 경기를 끌고 가다가도 기회가 되면 ‘한 방’을 때려넣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정교한 세트피스도 준비해야 한다. 아시아권 수준의 대회에선, 특히 최약체 필리핀 정도의 팀과 붙을 땐 약속된 세트피스 1~2개면 상대 골망을 출렁일 수 있다.

그러나 필리핀전에선 이런 점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벤투 감독 특유의 ‘후방 빌드업’을 후반 중반까지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으나 스웨덴 출신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필리핀은 한국의 의도를 훤히 다 안다는 듯 적절히 차단하고 나섰다. 특히 이용과 김진수의 깊숙한 오버래핑을 대비해 측면에 많은 선수를 투입했다. 한국의 이날 유일한 골은 이청용의 번뜩이는 재치를 통한 상대 중앙 수비 붕괴 작전에 있었다. 물론 필리핀의 체력이 떨어진 것도 우릴 도왔다.

필리핀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상대하는 팀 중 가장 약체다. 12일 키르기스스탄, 16일 중국을 비롯해 토너먼트에서 만날 팀들은 더 강하다. 템포 없는 축구, 점유율을 위한 점유율보다는 리듬과 결정력이 살아 있는 축구가 어울린다. 필리핀전 선발 라인업의 부분 교체 등을 통해 대책을 취해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