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키움 내야수 박병호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베이스볼콤플레이스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하고 있다.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애리조나=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43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175을 기록했음에도 만족은 없다. 잘했던 순간보다 부족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타격 메커닉을 수정해 정상을 바라본다. 키움의 간판타자 박병호(33)가 개인의 성공을 넘어 동료들과 마지막 경기에서 활짝 웃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왕의 귀환이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 달이 넘게 결장했지만 정규시즌 가장 중요한 시기 대포를 쏘아 올리며 소속팀의 가을야구 재진입을 이끌었다. 8월 무더위 속에서 홈런쇼를 펼쳤고 팀은 수많은 악재를 극복하고 팀을 상위세로 이끌었다. 리그 홈런 부문 2위, OPS 1위로 MVP 투표에서도 3위에 자리했다. 부상이 없었다면 KBO리그 최초 3연속시즌 50홈런은 물론 MVP 수상도 유력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부상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두기 보단 전경기 출장을 목표로 개인이 아닌 팀의 정상등극을 강조했다.

박병호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 장소인 애리조나 피오리아 베이스볼 콤플렉스에서 “많은 분들이 부상을 아쉬워하시는데 부상이 없었다고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프지 않았어도 그 기간 홈런을 못 쳤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래서 더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첫 번째 목표 또한 아프지 않고 많이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에 대한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부상 없는 시즌을 만들어 다시 평가받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호성적 뒤에 가려진 아쉬움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서 부진했던 것을 두고 “못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매 경기가 중요하고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컨트롤되지 않았다. 그런 부분들이 경기에서 드러났던 것 같다. 이전 포스트시즌 경기서도 비슷했다.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 많은 것을 책임지려 했다”면서 “당장 포스트시즌 얘기를 하기에는 이르지만 다시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덜 집착하면서 놓을 때는 놓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포토] 박병호, 4차전... 방망이에 불을 붙여라~!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8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타격 스탠스를 바꾼 것도 스스로 깨달은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 박병호는 왼쪽 발을 닫아놓고 타석에 섰다. 그러나 비시즌 훈련부터 왼쪽 발을 조금 열어놓고 타격에 임하고 있다. 시야를 확보하면서 보다 안정적이고 정확한 스윙 궤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의도한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포스트시즌 내내 바깥쪽 변화구에 허무하게 당했던 모습을 지워낼 수 있다. 박병호는 “사실 이게 정답이 될지 오답이 될지는 모른다. 실전을 해봐야 안다. 지난해 모습에 만족할 수 없기에 변화를 선택했다”면서 “지난해 성적이 표면적으로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투수들과 승부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많았다. 모두가 내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나도 느꼈다. 그랬기 때문에 새롭게 준비하는 것이다. 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처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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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내야수 박병호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베이스볼콤플레이스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하고 있다. | 키움 히어로즈 제공

물론 혼자 잘 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 박병호는 팀 전체가 목표로 삼은 우승에 도달하기 위해 고참으로서의 임무와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게 우리 팀의 장점이다. 힘든 상황과 마주해도 젊은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플레이한다. 젊은 선수들이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더 자신감을 얻었을 게 분명하다”며 “우리 선수들이 대놓고 우승을 말하지는 않지만 분명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품고 있다. 자만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후배들이 자만하지 않고 옳은 길을 가게 돕는 게 내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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